나의 이름은 앙트완(미셸 세로 분). 나의 아내 이름은 수잔.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 뿐… 알츠하이머에 걸린 난 손가락 하나조차도 움직일 수 없다. 제기랄! 한 꼬마 마르땅(조나단 드뮈르게) 녀석이 병실에 살금살금 들어와 애지중지 모아둔 저금통을 훔쳐간다. 그것도 바로 내 눈 앞에서… 나는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런 내가 재미있었던지 녀석은 그 후로 매일 찾아와 온갖 못된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
내가 장난감인 양 나의 팔,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내 손에 억지로 카드를 끼워넣고 카드놀이를 하질 않나….
점잖은 생활을 영위하던 나의 사지가 완전 녀석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뭐라더라? 자기가 뭐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라고? 정말 웃기고 있네!
그런데 어쭈! 급기야는 내 침대 옆으로 아예 이사와 버린 녀석. 도대체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왜 이 병원에서 죽치고 있는 거지? 어느 날, 녀석이 소아암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소아암? 이제 겨우 열 살인데….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마냥 영혼을 맑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특징은 간결함. 내용, 화면 구성 모두가 그렇다. 극적 분위기를 일시에 돌려놓는 대반전도 없다.
그러나 깜찍하고 가슴울리는 이들 두사람간의 어드벤처성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긴장감은 계속 유지된다. 서른 살에 이 영화로 데뷔한 드니 바르도 감독은 젊은 나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인생을 따뜻하고 여유있게 그려 내고 있다.
서로의 병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영화 후반부 더욱 깊은 정을 나누고, 상대방에게 고달픈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단순한 스토리마저 '천국의 아이들'을 닮았지만 여전히 간단치 않다.
대사 한마디 없이 눈꺼풀하나로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낸 프랑스 국민배우 미셸 세로와 아역배우 조나단 드뮈르게의 연기가 두 사람만이 만든 영화인양 압권이다. 12세. 90분. 22일 개봉.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