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쁘띠 마르땅

입력 2001-09-08 14:27:00

나의 이름은 앙트완(미셸 세로 분). 나의 아내 이름은 수잔.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것 뿐… 알츠하이머에 걸린 난 손가락 하나조차도 움직일 수 없다. 제기랄! 한 꼬마 마르땅(조나단 드뮈르게) 녀석이 병실에 살금살금 들어와 애지중지 모아둔 저금통을 훔쳐간다. 그것도 바로 내 눈 앞에서… 나는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런 내가 재미있었던지 녀석은 그 후로 매일 찾아와 온갖 못된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

내가 장난감인 양 나의 팔,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내 손에 억지로 카드를 끼워넣고 카드놀이를 하질 않나….

점잖은 생활을 영위하던 나의 사지가 완전 녀석의 노리개 감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뭐라더라? 자기가 뭐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티라고? 정말 웃기고 있네!

그런데 어쭈! 급기야는 내 침대 옆으로 아예 이사와 버린 녀석. 도대체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왜 이 병원에서 죽치고 있는 거지? 어느 날, 녀석이 소아암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소아암? 이제 겨우 열 살인데….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마냥 영혼을 맑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의 특징은 간결함. 내용, 화면 구성 모두가 그렇다. 극적 분위기를 일시에 돌려놓는 대반전도 없다.

그러나 깜찍하고 가슴울리는 이들 두사람간의 어드벤처성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긴장감은 계속 유지된다. 서른 살에 이 영화로 데뷔한 드니 바르도 감독은 젊은 나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인생을 따뜻하고 여유있게 그려 내고 있다.

서로의 병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영화 후반부 더욱 깊은 정을 나누고, 상대방에게 고달픈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단순한 스토리마저 '천국의 아이들'을 닮았지만 여전히 간단치 않다.

대사 한마디 없이 눈꺼풀하나로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낸 프랑스 국민배우 미셸 세로와 아역배우 조나단 드뮈르게의 연기가 두 사람만이 만든 영화인양 압권이다. 12세. 90분. 22일 개봉.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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