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국무총리의 내각 잔류로 소폭에 그친 이번 개각은 당정쇄신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곡예정치로 정치도의를 이탈한 이 총리를 무리하게 유임시킨 것부터가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비서실장을 당(黨) 대표로 기용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DJ식 인치(人治)'정치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우려감만 증폭시켰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쇄신을 요구한 김중권 대표만 홀로 인책되고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쪽은 오히려 발탁됐는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김 대통령의 '오기'에 두려움마저 갖게 된다. 이번 개각은 이 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새 총리 국회인준에 따른 부담을 더는 한편으로 국정 안정과 지역 안배 등을 고려, 소폭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지난 3년여에 걸친 DJ의 인치정치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이 당.정.청의 쇄신을 기대했고 급기야는 민주당내 소장파 의원들마저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국정쇄신을 요구해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럼에도 김 대통령이 자신의 심복이자 범동교동계로 '쇄신 대상'으로 지목 받아온 비서실장을 당 대표로 발탁, 당내에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DJ의 국정운영이 얼마나 경직됐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개부처 장관 개각도 땜질 수준의 인사이지 당정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안정남 국세청장의 건설교통부장관 발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건교부는 보름새 장관이 2명이나 바뀌어 어수선한데다 항공위험국 딱지를 떼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인재가 기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진작부터 나온 부처다. 그럼에도 전문성은커녕 세무조사의 공방에 휩싸인 인물을 발탁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 개각이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 여망을 외면하고 친정(親政)체제를 되레 강화함으로써 인치정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주는 것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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