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세계화 옳지 않다

입력 2001-09-05 14:52:00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등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방향'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4일 미국식의 세계화 방식은 결코 유럽과 기타 지역이 추구하는 경제 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집권 사민당의 경제정책 세미나 연설에서 "유럽만이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분야간 균형을 지향하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이나 남아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시민윤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식의 사회복지국가 체제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슈뢰더 총리는 미국식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명백히 드러내면서 유럽사회는 엄청난 빈부 격차와 사회적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럽은 사회적 연대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분명한 이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로 구성된 케언즈(Cairns) 그룹은 4일 남미 우루과이의 해변 휴양도시 푼타 젤 에스테에서 22차 각료회의를 열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 철폐와 반덤핑 규제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신무역라운드 출범을 논의할 도하 각료회담에 대비, 선진국의 보조금과 케언즈그룹 농산물에 대한 수입장벽 철폐 등 개도국과 농업국들의 강경한 입장이 개진됐다.

호르헤 바트예 우루과이대통령은 이날 개막연설에서 "세계화의 방향이 잘못 선정됐다"고 전제하고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화가 전세계 모든 국가에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세계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농업보조금 등을 둘러싼 WTO 회원국들간의 불화로 뉴라운드 실현을 앞둔 WTO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케언즈그룹 회원국들은 WTO 각료회담에 앞서 서방선진국정상회의(G-8)와 별도의 막후협상을 벌여 뉴라운드의 진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산물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개도국 각료들은 별도 회담을 갖고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 철폐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경우 도하 각료회담에서 WTO와의 협상을 거부할 것을 케언즈그룹에 요청했다.

케언즈그룹 회의에는 우루과이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피지 등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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