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에 몰아치고 있는 콜레라 파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병 범위도 앞으로 더 넓어지고, 보건 당국은 전국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긴장하고있다.
◇진성 환자들의 상태=영덕보건소는 양성 환자로 판명돼 제일병원에 입원한 트럭기사 이모씨 등 2명이 거의 완쾌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보고 재검사를 실시, 5일쯤 균이 검출되지 않으면 퇴원시킬 계획이다.영천엔 진성환자 8명이 입원해 있으나 영남대병원에 있는 이모(67.여)씨 등 2명도 설사가 멎고 병세가 호전돼 병원측은 검사 결과를 봐 가며 3, 4일 후엔 퇴원 시킬예정이다.
이 병원엔 별도의 '콜레라환자 병실'이 만들어졌고, 6명이 입원해 있다. 그 중에는 부모를 따라 문제의 식당에 갔다가 감염된 여섯살 짜리 박모양도 힘없이 누워 있어 주위를 애처롭게 했다.
또 지난 1일 입원한 이모(57.고경면)씨는 "지난달 28일 계원 40여명과 그 식당에 갔다 온 후 바로 그날 밤부터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듯하는 지독한 설사를하루에 15차례 이상하기 시작했고, 설사가 나흘 이상 계속되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같은 통증과 온몸 근육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의 부인은 "한때 의식마저 몽롱해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뻔 했다"며, "함께 갔던 계원 중 5명은 4일부터 설사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일반 시민들 무덤덤=콜레라 확산 소식에 영천 시민들은 걱정은 하면서도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우락(56)씨는 "그다지 불안하지는 않으나영천의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7일부터 사흘간 '포도축제'를 열기로 한 영천시청은 콜레라 파동으로 차질을 빚을까봐 축제장에 음식은 내지 않기로 하는 등 부심하고 있다.
◇양동마을 풍경=한 마을 할머니 9명이 동시에 콜레라에 걸린 경주 양동마을 경로당 문은 일주일째 굳게 닫혀 있다. 지난달 27~28일 할머니 23명이문제의 영천 식당에서 식사한 뒤 설사 등 증세를 보였다는 것.할머니들은 사고가 난 날 날씨가 무더워 꺼리면서도 식당 홍보 차량을 타고 문제의 식당을 찾았다가 화를 당했다. 음식은 맛있게 먹고 돌아왔으나 3일 뒤부터탈이 나, 병원 가기를 무서워한 이모(70) 할머니조차 그칠 줄 모르는 설사를 견디다 못해 결국 입원 했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할머니들도 처음에는 더위 탓으로 알았으나 2, 3일 지나자 증세가 심해져 이두원(52) 이장이 지난달 31일 강동면장에게 신고했다는 것. 그 후엔 부모의 콜레라 감염 소식을 들은 객지 아들.며느리.딸.사위들이 부랴부랴 달려 오느라 평온했던 전통마을이 온통 벌집 쑤신듯 콜레라 공포에 빠져 들었다고 했다.
부인(64)이 입원했다는 이석국(66)씨는 "옛날 같으면 죽는 병"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새마을 지도자 손석찬(46)씨는 "모두 할머니들이어서 더걱정"이라고 했다.
◇일반 설사환자 신고도 잇따라=경산의 김모(39.여.하양)씨 등 2명은 집 주변 식당에 갔다 온 뒤 설사 증세를 보였다고 신고했고, 외식을 않았다는 손모(49.여.중방동)씨도 보건소에 연락했다. 보건소는 이들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경산보건소 김두호 보건사업과장은 "콜레라 주의보 탓에 식중독.이질 등에 의한 설사 환자들도 신고를 많이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영덕읍 김모(50.여)씨 등3명 역시 4일 보건소를 찾았으나 검사 결과 단순 설사 환자로 판명돼 귀가했다.
청송에서도 지난 2일 부남면 이모(66)씨 등 7명이 설사.복통.오한.구토 증상을 호소해 보건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일 오후 포항 죽도시장에서 회를 사 갖고 와 집에서 먹은 뒤 증세가 발생했다는 것. 그러나 병원측은 검사 결과 단순 식중독으로 판명됐다며 모두 귀가시켰다.
고령보건소 황영록 소장은 "설사가 쌀뜨물 형태이면 콜레라 위험이 있으나, 피가 섞였으면 세균성 이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증상 없어도 위험할 수 있다=경주보건소 김미경 소장은 "이번 콜레라는 '이나바'형으로 장기간 잠복하면서도 설사 증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것이 특징"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때문에 지난달 21일 이후 영천 문제의 식당을 이용했던 환자는 설사가 없더라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4일 경주보건소에 신고한 이모(72) 할머니 경우 지난달 27일 그 식당에서 식사한 후 별다는 증상이 없었지만 콜레라로 판명돼 경주 동산병원에 입원했다. 함께 놀러 갔던 최모(72) 할머니도 귀가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증상이 없었으나 4일 콜레라로 판명됐다.
◇새로 의심되는 환자들=성주 벽진면에서는 4일 설사.복통을 호소하는 성모(47) 김모(41)씨 등 환자 2명이 발생, 보건소가 격리 조치하고 환자.가족 등의 가검물을 채취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이들은 다른 주민 4명과 함께 지난달 27일 경주 안강을 다녀오면서 문제된 영천의 식당 인근 다른 국도변 식당에서 뷔페 점심을 먹은 뒤 다음 날부터 증세를 나타낸 것으로 밝혀져 보건소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산보건소에도 4일 대구시민 1명 등 설사 환자 6명이 신고했다. 그 중 이모(25.기사.진량) 서모(31.옥산동) 이모 (37.기사.대구 만촌동)씨 등 3명은 지난달 29, 30일 사이 문제된 영천의 식당에 들른 뒤 설사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의 사망자=포항 사망자의 사인은 불명확하나, 일행 3명은 문제의 영천 식당에서 식사한 뒤 심한 설사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일행은 지난달 23일 영천 용강저수지로 낚시를 갔었으며, 강모(52) 최모(46)씨는 "왕래 도중 이날 오후 5시30분과 밤 10시쯤 등 2회에 걸쳐 그 식당에서감자떡.국수 등으로 식사했다"고 말했다. 그후 3명 모두 심한 설사.복통을 겪었으며 김씨는 8일만에 사망했다는 것.가장 먼저 이상 증세를 나타냈던 최씨는 "오후 5시30분쯤 식사한 후 낚시갔다 되돌아 오던 밤 10시쯤부터 메스껍고 구토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씨도 다음 날부터 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것. 강씨를 치료했던 의사는 "설사가 심했으나 치료 속도가 빨랐던 점 등으로 미뤄 식중독일 가능성이 높으나콜레라 초기 증세도 식중독과 비슷해 가검물을 검사하지 않고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의료계에서도 콜레라 감염을 의심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망자 가검물 분석 결과는 6일쯤 나올 전망이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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