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대구-(13)다양성 인정하는 사회를

입력 2001-09-04 14:15:00

지난달 27일 '나이트 클럽에서라면 난' 이라는, 춤을 좋아하는 신세대들의 모임이 본지에 보도된 후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라졌다.

'참 요즘 애들 웃긴다' '밤새 춤추러 나다니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제 이름과 얼굴 사진을 신문에 내느냐, 미친…' 또 하나의 반응은 '재미있고 멋을 아는 모임이다.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반응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분명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정운의(29)씨는 최근 꽁지머리에다 귀고리까지 달았다.

"아버지가 아시면 큰일나겠지만 지금 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생각도 많이 유연해지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번 추석 귀향 길엔 정씨도 어쩔 수 없이 염색을 빼고 꽁지 머리를 잘라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대구.경북사람의 전형적인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의 호령이 무섭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도심에서 장신구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미(27.가명)씨는 귀와 혀에 구멍을 뚫어 큐빅을 박았고 배꼽에도 장신구를 달았다. 남자친구가 없는 편이 아니었지만 피어싱을 한 후 하나둘 사라졌고 얼마 전에야 미국인 학원강사 남자친구가 생겼다.

"사람이 변한 게 아닌데 친구들이 괜히 거리를 두려는 것 같아 섭섭해요". 김씨의 말은 우리 사회가 색다르거나 이질적인 모양새에 얼마나 거부감을 느끼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금기'의 영역을 그어놓고 한발짝이라도 벗어나면 대번에 으르렁거리거나 몹쓸 병에라도 걸린 사람을 보듯 외면해 버린다.

연일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국제도시들의 '유전자 조작 반대' '세계화 반대' 시위의 근저에는 획일화에 대한 반대가 포함돼 있다. 우수 종자를 개발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세계화가 결과적으로 다양성을 훼손시켜 특정 문화나 질병의 공격에 무력하게 허물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기 때문이다.

김영미씨의 미국인 친구 캔트씨는 "대구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되고 국제 사회에서도 당당히 인정받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색깔을 인정하는 도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단색 도시는 금세 빛 바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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