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에 살까 말까-오른 집값 겨울들면 조정될듯

입력 2001-09-03 14:16:00

이사철을 앞둔 요즘 집없는 사람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못 이루는 갈등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아우성이고, 대구서도 아파트 전세물량이 달리면서 매매가가 보합세를 유지해 내집마련 꿈이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지금 집을 샀다가 IMF 직후 처럼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과 불확실한 경기 때문에 선뜻 주택을 마련치도 못할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올 4/4분기엔 대구·경북지역 제조업 및 유통, 건설부문 경기가 장기간 심각한 불황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란 경기전망이 나온 가운데 실제로 지역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동산 경기 역시 바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발표된 IMF(국제통화기금)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9월말 공식 발표 예정)초안의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악화할 위험이 있으며 이 영향으로 일본, 유럽의 경기부진과 더불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하반기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불안 상태가 지속될 경우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는 심리가 작용, 여윳돈의 부동산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은 뻔한 이치. 벌써부터 "제2의 IMF가 오면 다시 은행금리가 오를테고 그땐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곧 재테크"라는 생각이 팽배하면서 저금리 영향으로 갈곳 잃은 여윳돈의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전문가와 업계에선 부동산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더 이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실제 대구의 아파트 시세는 올들어 20, 30평형 등 소형을 중심으로 전세물량이 달리면서 거래가격이 약간 오른 감이 없지 않다. 이러다보니 최근들어서는 40평형대도 매매가에서 약간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아직 이사철이 안된 탓인지 매물이 없고 전세물량이 거의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부동산시장 상황을 반영, 일부에서는 연말까지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을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호가(집 주인이 부르는 값)가 종전보다 오른 상태지만 이사철이 끝나면 실거래가격은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지역의 아파트값이 안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럿 들고 있다. 우선 부동산시장에 불안감이 감돌자 기존 아파트 구입에 부담을 느낀 무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올 상반기에 공공 및 민간부문이 공급한 아파트를 분양받은데다 하반기에도 1만가구를 훨씬 웃도는 물량이 신규 공급된다는 것.

내집을 마련키 위한 조급함을 씻어버릴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하반기 대구시내 전역에서 1만가구 이상의 빌라가 건축돼 이사철 전세입자와 내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자들을 상당수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구에선 당분간 내집마련에 그리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주택공급이 수요에 절대 못 따라가는 서울과는 사정이 크게 달라 주택시장 불안정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당장 내년부터 대구시내 곳곳의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면 아파트 전세가는 물론이고 매매가 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게 되고 오는 2003년 대구 최고의 주거단지로 부상할 동서변지구의 유니버시아드대회선수촌아파트 등 수만가구에 대한 신규 입주가 이뤄져 심각한 주택난이 해소될 전망이다.

따라서 오른 전세값 부담 때문에 아예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사람은 한번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 결정할 필요가 있다. "길어도 2년만 참으면 아파트 부족난은 완전해소 될 수 있다"고 주택업계 및 부동산업계가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막상 이사철을 맞아 집주인이 턱없이 높은 전세금을 요구하거나 월세로 전환한다면 여유를 가지고 단독주택이나 빌라(연립주택), 시외곽지 아파트 등으로 한시적 이사를 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넘기는 지혜도 짜낼 필요가 있다.

▨단독주택

현재 대구의 아파트는 절대 부족하지만 단독주택은 그렇지 않다. 단독주택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 아파트로 이사를 떠나려고 하는데다 신규 택지개발지구내에 단독주택이 다량 건립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지의 10년 이상된 단독주택은 수요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값도 떨어지고 이같은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요즘 대구시내 단독주택의 경우 아파트값이 오른데 힘입어 집주인이 종전보다 높인 값에 부동산업소에 팔려고 내놓아보지만 실제 거래가격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비싸게 내놓는 물건은 대부분 팔리지 않은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단독주택은 대지 90~100평선으로 가격대가 2억원을 웃도는 경우는 사려는 사람이 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큰 물건은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태다. 단독주택에서 살던 사람들이 아파트로 옮겨가는 주거패턴으로 볼 때 수년 후 집을 팔려고 할 때 곤욕을 치른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또 갈수록 사는 집에 거액 투자를 기피하는 신세대층이 두터워지고 있어 단독주택도 소형, 저가의 실속형이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대지 110평짜리 2층 단독주택의 경우 평당 200만원에 매물로 나온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선뜻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상동의 대지 97평짜리 단독주택도 2억5천만원에 팔려고 내놓았으나 역시 수요자들의 관심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처럼 수요자들이 높은 가격대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단독주택의 경우 대부분이 입주하기 전 1천만~2천만원씩을 들여 수리를 해야하는 부담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성구 상동·중동·두산동·황금동 일대의 단독주택은 처음엔 비싸게 나오지만 팔리지 않으면 결국 가격을 내리고 있는 추세"라며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해서 단독주택값도 동반 상승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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