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적조 이모저모

입력 2001-09-03 14:52:00

동해 적조가 장기화되면서 폐사 어류 숫자가 10만마리를 넘자 항포구에 멈춰 놓고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이 늘고 위판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덕 축산수협 경우 평소 30군데서 진행되던 경매가 3일 오전에는 오징어배 2척밖에 들어 오지 않는 바람에 위판이 2군데서만 이뤄졌다. 동해안 최대 수산물 위판장인 포항 죽도시장 위판장의 3일 경매 물량도 평상시의 절반에 불과했고, 콜레라 발생 소식까지 이어지자 고기 값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2일 오후 또 동해에 파랑주의보가 내려지고 2~4m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어선을 이용한 황토 살포조차 어려움에 부닥쳤다.

쭛…포항 해양경찰서가 지난달 29일 적조 헬기 항공 예찰을 하면서 적조 분석 수산전문가를 태우지 않고 자체 인력만으로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이날 해경은 헬기를 2시간 동안 경주∼죽변 해역 상공에 띄웠으나 서장 등만 탔을 뿐 사전에 동승을 부탁하고 달려 왔던 수산진흥원 예찰 담당직원은 "자리가 없다"며 돌려 보냈다는 것.

당시 해상에는 파랑주의보가 내려 선박 운항조차 불가능해 수진원은 상황을 파악지 못했으며, 오후 늦게야 다른 업무차 도착한 소방헬기를 타긴 했으나 이미 날이 어두워져 영덕 해역까지밖에 살피지 못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당시 적조는 울진 죽변까지 북상한 상황이었지만 해경 측은 헬기를 띄우고도 적조 유무를 판단하지 못해 사진 등 자료를 수진원에 넘겨 판별 받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자체 실·과별로 관련 경찰관들이 많이 타다 보니 수진원 연구사를 태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쭛…양식장을 사수하라! 적조가 울진 연안까지 기습해 피해를 발생시키자 육상 양식장과 군청이 2일부터 초비상에 들어갔다.

역내에서 첫 피해가 발생한 것은 2일 새벽으로, 앞바다에 머물며 소강상태를 보이던 것이 갑자기 연안을 덮쳐 '온양수산'의 넙치가 집단 폐사한 것. 이에 군청은 전직원 비상 동원령을 내렸고 역내 25개 양식장은 저마다 취수 밸브와 산소 양을 점검하는 등 비상 대비에 들어갔다.

사태가 심각해진 것은 이날 수온이 26℃까지 올라가고 적조 밀도가 ㎖당 최고 1만5천개체까지 불어난 때문이다. 이런 물을 양식장이 그대로 퍼 올리면 고기들이 죽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군청은 어선 17척 등을 양식장 주변 해역으로 집결시켜 황토 260t을 집중 살포했다.

지역 주둔 육해군도 중장비·장병을 총동원했다. 육군은 '온양수산'에 넙치 폐사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는 장병 40여명을 긴급 출동시켜 죽은 것 수거 등 피해 확산 저지에 나섰다.

2일 저녁엔 어둠이 내리고 바람마저 연안 쪽으로 불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모두들 뜬눈으로 밤을 지샜고, 밤새 더 이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3일 아침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날이 밝자 민·관·군이 또 다시 대대적인 적조 저지 작전에 나섰다.

쭛…주말과 일요일이던 1, 2일 울진의 여러 항포구에는 뜰채를 이용해 바다 물고기를 잡으려는 강태공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특이한 풍경이 연출됐다. 적조가 급속히 확산되자 물고기들이 이를 피해 연안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

꾼들이 '황태자'라 부르는 감성돔에서부터 황어·우럭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데다 방파제·방사제로 둘러싸인 좁은 포구에 많은 물고기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물 반 고기 반'의 상태를 이루었던 것이다.

꾼들은 물양장으로 몰려든 물고기들이 갈라진 콘크리트 틈으로 숨어드는 습성을 알고는 장대에 둥근 철사를 꽂고 그물을 씌워 만든 뜰채를 넣고 기다리다 잡아 올렸다.

2일 오후 5시쯤 골장항 경우, 소문을 듣고 더 많이 몰린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차를 세우고 구경하느라 포구 진입로가 극심한 정체 현상마저 빚었다. 이날 잡힌 것은 황어 500여마리, 감성돔 100여마리 등인 것으로 추정됐다. 웬만한 어선의 하루 조업 양보다 많았던 것.

이같은 풍경은 직산항(평해) 동정항(근남) 등도 마찬가지. 울진읍에서 일식집을 하는 양재훈(44)씨는 "오후에 잠깐 나가 잡은 돔만도 50여마리나 된다"고 했다. 오전부터 나왔다는 이근율(43·울진읍)씨도 "낚시와는 다른 손맛이 꾼들을 흥분시켰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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