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무서워 치료 맘대로 못한다

입력 2001-09-03 00:00:00

지난달 대구의 모 종합병원에서 난소암 항암치료를 받던 이모(여.64)씨는 병원측의 치료중단 통보를 받고 기가 막혔다. 병원측은 여섯 차례 항암 치료를 받은 이씨에게 "더 이상의 항암제 투여는 보험적용을 해 주지 않으니 앞으로 자부담으로 받든지 아니면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보험적용이면 한차례 70만원~80만원인 항암치료가 자부담일 경우 300만원을 넘는 게 두려워 그동안 익숙해진 이 병원을 떠나 대구시내 다른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나자 정부가 병·의원 진료비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필수적 치료에 대해서도 일정한 한도 이상은 '과잉진료'로 몰아붙이며 진료비를 삭감하고 있어 병의원들의 진료 포기와 진료의 질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부분 병원들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지금까지 보험적용을 했던 진료행위에 대해서도 진료비를 삭감하자 의사들에게 심사평가원 심사기준에 맞춰 진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모 종합병원 이모 과장은 "항암치료의 경우 여섯차례의 항암제 투여 후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암 크기가 50%이상 줄어 든 것으로 확인되면 세차례 더 투약해도 보험적용이 됐으나 심사평가원에서 추가 투약을 과잉진료라고 진료비를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 병원에서의 '한도 진료'를 피해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항암제 치료를 받는 '메뚜기형 환자'도 등장하고 있으며, 진료비 삭감으로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뇌졸중환자도 적잖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모 대학병원에서 뇌졸중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56)씨는 다음달부터 손의 기능회복을 위해 받아 온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김씨의 주치의는 "몇달만 더 치료를 하면 김씨의 상태는 더 좋아질 수 있으나 지난 3월 치료분부터 심사평가원이 과잉진료로 판정하고 있어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를 해 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심사평가원은 또 지난 7월부터는 물리치료와 신경차단술 등을 동시에 시행할 수 없고, 요통의 치료와 재발을 막기위해 시행하는 운동요법도 1, 2회 이상 시행하면 과잉진료로 규정해 해당 진료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내 종합병원 의사들은 "병원측에서 삭감당한 진료비만큼 월급이나 수당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환자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보다는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에 맞춰 진료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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