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대구-(12)인도 불법주차 언제까지

입력 2001-09-01 14:11:00

지난 25일 오후 8시쯤 일본인 유학생 카즈요(24.여.계명대 교육대학원)씨는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문앞 보도를 지나다 난데없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인도에 차를 올린 한 차주가 카즈요씨를 향해 되레 "비키라"며 팔을 내저었다. 주점과 음식점이 즐비한 이곳엔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승용차와 오토바이 등 수십 대의 차량이 인도를 점거하고 있었다. 카즈요씨는 "한국에선 인도 위에 주차해 놓은 모습을 너무나 흔하게 보게 된다"며 "갑자기 인도로 올라오는 차 때문에 인도에서조차 마음놓고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밤 9시쯤 수성구 들안길의 한 음식점 앞. 업소 주차장 관리인은 가게 앞 주차장에 빈 공간이 없자 당연한 듯 인도로 손님의 차량을 유도했다. 시민들은 가게 앞마다 세워진 차로 인해 길이 막혀 짜증을 내기 일쑤였고, 후진하는 차량에 기겁하며 아예 차도로 비켜 걷기도 했다.

인도 위에 불법주차한 차량들이 시민의 통행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구시내 곳곳마다 건물을 후퇴시켜 만든 좁은 주차장 앞 인도엔 사람이 아닌 차가 버젓이 서 있는가 하면, 오토바이는 보행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도 위를 도로마냥 질주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인도를 점령하다시피한 차량들로 인한 통행불편이 심각하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유학생 바카리(25.계명대 유학생)씨는 "심지어 승용차가 턱이 낮은 출입로를 찾아 인도를 몇 m씩 달리기도 한다"며 "왜 단속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중구청 한 공무원은 "인도 불법주차로 단속된 차주들은 '도로소통에 방해가 될까봐'라며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하기 일쑤"라며 "일부 차주들은 인도를 아예 주차장쯤으로 여긴다"며 낮은 시민의식을 지적했다.

'보행권 확보' '차 없는 거리' 운동을 펼치는 대구흥사단 최현복 사무처장은 "인도마다 차량 진.출입을 위한 단절부가 너무 많아 시민들이 마음놓고 다닐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인도 불법주차를 줄이려면 차량 진.출입로에 '차량주의'표시 등 대책마련과 함께 우선적인 단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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