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재탕 교재' 값만 올려

입력 2001-09-01 12:29:00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중학교 2, 3학년생용 교육방송 교재와 비디오 테이프를 몇년째 동일한 내용에 표지만 바꿔 판매, 비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교재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인상하고 비디오 테이프 가격도 연간 10만~20만원에 이르러,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교육방송 활용을 적극 권장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박만권 대구시교육위원은 "지난 98년부터 올해까지 중학교 2, 3학년 교육방송 교재를 확인한 결과 내용이 똑같은데도 매년 표지만 바꿔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공기업의 장삿속에 전국의 학생, 학부모가 놀아나는 꼴"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2학기 방송 교재는 중2 국어가 작년 4천원에서 4천500원으로 오른 것을 비롯, 작년 교재와 방송 내용이 꼭같은데도 가격은 거의 전 과목에서 올랐다.

교재와 함께 판매되는 비디오 테이프도 수년째 복사품을 내놓고 있지만 개당 1만원인 가격은 꼼짝도 않고 있다. 과목당 연간 10여개를 구입해야 하니 학부모 부담이 만만찮은 현실.

한 중3 학부모는 "둘째 아이가 중3이라 교육방송 비디오 테이프를 구입했는데 자세히 보니 큰 아이가 3년전에 보던 것과 꼭같았다"면서 "사회는 급변하는데 수년전의 교재와 강의를 그대로 이용해서야 과연 교육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사정이 이같은데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과외 허용 이후 공교육을 보완하는 최선책으로 교육방송을 제시하며 각급 학교에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대구지역의 경우 지난해부터 교육방송을 활용하는 학교가 늘기 시작해 올들어 상당수 중학교가 오전 8시부터 교육방송을 전 교실에 틀어 사실상 이용을 강제하는 분위기다.

한 교사는 "사설 출판사의 참고서도 해가 바뀌면 내용을 손질하는데 EBS가 이처럼 무성의한 줄은 몰랐다"면서 "내용이 꼭같다면 교재나 비디오 테이프 물려주기라도 할 수 있도록 표지만 바꾸는 따위의 장삿속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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