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어떻게 대처할까

입력 2001-08-31 15:28:00

◈합격 가능한 1~2개대 소신지원 바람직

2학기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내년도 입시가 본격화했다. 지원할 대학.학과를 가늠해보고 대학별 원서나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을 쓰느라 고교 교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원의 약 27%를 뽑는다고 하지만 일반 학생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특별전형이 많아 수시모집은 정시에비해 훨씬 '좁은 문'이다.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고3생들이 자칫 수능시험 준비에 소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0..지원 현황 및 예상=2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고려대 경우 1천600명 모집에 지원자는 1만1천38명, 평균 경쟁률이 6.9대1이었다. 33명을 뽑는 의대에 무려 823명이 지원해 24.9대1을 기록했고 법대는 11대1. 24일 마감한 한양대는 사회과학부가 57대1, 전자전기 컴퓨터 공학부 53.5대1 등 서울 캠퍼스평균 36대1을 기록했다.

서울대는 고교별 인문계 상위 2%, 자연계 상위 3%로 지원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에 극심한 경쟁은 보이지 않겠지만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등 수도권 중.상위 대학들에는 지원자가 몰릴 전망. 역시 수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지역의 경북대, 영남대 등에도 정시 경쟁을 피하려는 고3생들이 상당수 몰릴 전망. 경신고 김호원 교감은 "지역대 수시는 특별히 준비할 게 없으므로중위권 학생들에게 합격 가능한 학과를 골라 적극 지원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했다.

0..고교 상황=서울지역 일부 고교의 경우 한 반의 80% 이상이 수시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3개 이상이고 5, 6개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들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수시 지원을 하고 있어 한 반의 50% 안팎이 수시 경쟁에 뛰어들 전망. 경신고의 경우 고려대에 10여명이 지원했고 한양대 지원자도 10명 안쪽이었다. 정화여고는 고려대에 15명이 지원했고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지원자도 20명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원서 접수와 전형이 11월말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고3 교실은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11월7일까지도 수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수업시간 외에는 상담이나 원서 작성, 심층면접 대비 등 학생들의 모습도 제각각이어서 공부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부담도 크다. 지원하는 학생이 많고 일정도 계속 이어지다 보니 상담에서부터 서류 작성, 심층면접 지도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고3 담당 교사는 "틈나는대로 학생들의 지원을 돕고 있지만 대학별 전형방법과 내용이 워낙 복잡해 제대로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지금은 수능대비 지도가 가장 중요한데 수시 업무 때문에 그만큼 소홀해졌다"고 했다.

0..우려되는 부작용=수시모집에 대해 대다수 고3생들은 "심층면접을 빼면 크게 준비할 것도 없으므로 가급적 활용해야 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그러나 무턱대고 달려들어서는 곤란하다. 교사들의 업무 폭증으로 대학.학과 선택에서부터 원서를 쓰고 심층면접 준비에 참가까지 대부분을 스스로해야 한다는 것은 수능시험과 연관해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이다.수도권 한 대학 수시에 지원할 때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시간만 원서를 쓰는데 하루 이상, 면접 참가에 이틀 이상 걸린다. 3개 대학에 지원한다고 하면 열흘은 고스란히 허비하는 셈이다. 합격자 발표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것도 공부에는 부담스런 일이다.

특히 지금은 수능시험을 70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다. 예년의 경우 고3생들의 성적 향상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였다. 1, 2학년 때공부에 소홀했던 올해 고3생들로서는 일분일초를 아껴야 할 때인 것. 정화여고 이철호 교감은 "수시에 지원하더라도 공부 페이스를 잃지 않고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수시모집에 쫓아다니다 보면 실제 수능시험에서 자신의 평소 실력보다 상위권은 5~10점, 중위권은 10~20점씩 떨어질 수 있다는게 교사들의 지적. 지난해에도 수시에 실패한 학생이 수능까지 망친 경우가 많았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0..어떻게 하나=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수시모집을 '덤'으로 얻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하라고 충고했다. 정시모집에서 70%이상을 뽑기 때문에확실치도 않은 '좁은 문' 앞에서 얼쩡거리다간 '넓은 문'을 통과하는 기회도 놓치기 십상이라는 것.수시에 지원할 때도 3개 대학을 넘으면 곤란하다.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경우 서울에서는 수백만원씩 주고 학원강사나 석.박사과정 학생들에게대필도 시킨다고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학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진솔한 내용이지 문장의 수려함이나 논리적 완벽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수생 강세를 피해 수시에 지원한다는 발상도 그릇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올해 재수생들이 예년보다 강세를 보일 것은 분명하지만숫자가 많지 않고 재수생은 예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게 일반적이므로 일부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를 제외하곤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일신학원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재수생들은 수시에 거의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수능 대비에 그만큼 전념하고 있다"면서 "한두개 대학에 소신지원하되 수능대비에 중점을 두는 게 고3생들에겐 가장 현명한 전략"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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