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교실 신·증축 무리수

입력 2001-08-31 14:47:00

경북지역 학교들에 교실 늘리기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가 '교육 여건'을 개선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낮추라 했기 때문. 그러려면 2천개가 넘는 교실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이다.

초·중학교는 아직 일년 반 정도 시간 여유가 있지만, 고교는 절박하다. 내년까지 교실 240여개를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돼 갈까?

◇중기 계획 = 2004년까지 초·중·고 23개교를 신설하고 학급 2천22개를 증설하겠다고 도교육청이 최근 발표했다. 2003년까지 초·중학교에 1천736개 학급을 증설한다는 것. 고교는 총 198개 중 64개에서 286학급을 증설하되, 교실은 기존 시설 46개를 재활용하고 240개(공립고 60개, 사립고 180개)는 새로 짓기로 했다.또 2002년엔 초교 2개, 중학교 1개를, 2003년엔 초교 8개, 중학교 5개를 신설한다. 고교는 2003년에 포항 2개 구미 3개, 2004년에 포항 1개 구미 1개 등 총합계 7개를 인문고로 신설키로 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초교 43명(읍·면 37명), 중학교 43명인 학급당 인원이 2003년까지 35명 이하로 줄어 든다. 고교는 43명·49명인 포항·구미의 학급이 내년부터 35명 이하로 작아진다. 포항·구미의 증축 교실 수는 각각 94개·74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공사에는 문제 없을까? = 도내 198개 고교 중 학급을 증설하는 학교는 64개. 그 중 여유분이 없어 교실 증축이 필요한 학교는 51개에 이른다. 해당 학교마다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14개까지 새로 지어야 한다.

문제는 시간. 우선 다음달 중순 열리는 도의회 통과 여부조차 아직 불투명하다. 경남에서는 부결돼 버렸다.

행정 절차가 끝나더라도 설계를 거쳐 착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결과 남겨지는 실제 공사 가능 기간은 길어야 2개월 남짓. 공기에 밀려 한겨울 공사를 강행하다간 자칫 부실 건물에 학생을 넣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교육부는 얼마 전 열렸던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가급적 수업 시간은 피해 공사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마저 난망이다. 야간·주말 시간만으로는 공기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교육청 관계자도 인정했다.

결국 내년 신학기엔 상당수 학생들이 과학실·기술실 등에서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교실이 없는데도 학급 크기만 억지로 줄인 무리수의 결과일 것이다.

◇교사(校舍) 기형화 우려 = 증축 교실 수가 적은 경우엔 그러나 또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학교 건물의 기형화가 불가피하고, ㄱ고 경우 교실 2개를 더 만들려면 별도 건물을 지어야 할 판이지만 아무리 작게 지어도 최소 교실 4개 이상 크기는 돼야 하는데도 교육청은 교실 개당 6천700여만원씩 2개분 밖에 주지 않는다.역시 2개 교실을 증축해야 하는 ㅇ고 경우도 안전진단에서 1개 증축만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1개는 특별실을 비워 전용해야 할 판인 것.

다른 학교들도 지금 건물 모양새 같은 것엔 마음 쓸 겨를조차 없다고 했다. 성냥갑 붙이듯 하더라도 교실은 신속히 만들어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증축 이후도 문제 = 열심히 교실을 짓겠다지만, 막상 불과 2년만 지나면 교실은 남아 돌 상황이다. 포항·구미도 예외가 아니다.

도교육청 측은 남는 교실은 7차 교육과정 확대 적용 때 활용하겠다는 입장. 2003년 고 2학년 과정에 이것이 적용되면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지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는 "그때 가서도 실제 교실 사정이 어떻게 될지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까딱하면 교실이 남아 돌게 되고, 아니면 7차 교육과정 확대 적용 때 또다시 성냥갑 이어 붙이기식 교실 증축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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