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영덕 축산면 경정3리 포구. 어선 5척이 교대로 굴삭기가 퍼담아 주는 황토를 싣기 바쁘게 높은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마을 앞에 모인 어민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간밤에 적조가 마을 공동 양식장을 덮쳐 고기를 죽였기 때문. 모두들 1995년의 악몽이 되살아난듯 했다.
마을의 권중길(65) 어촌계장은 "먼바다에 있던 적조 띠가 지난 밤 사이 공동어장을 덮쳐 오늘 오전 10시쯤부터 가두리 안의 방어들이 죽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30일 오전 시작된 황토 살포에는 인근 경정 1.2리, 축산항 어선 등도 나서서 모두 30척에 이르렀다. 기자도 이 배를 얻어 탔다.
파도가 2.5~3m나 돼 황토 실은 배들이 힘들어 했다. 포구에서 150여m 정도 나가자 바다가 온통 검붉게 변해 있었다. 1km쯤 나가니 마을 공동 가두리 양식장이 나타났다. 앞서 도착한 어선 4~5척에서 어민들이 물을 뿌려 황토를 녹여가며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적조띠에는 새발의 피. 적조띠의 너비는 500~800여m는 족히 될 성 싶었다.
바지선에다 황토를 대량으로 실어 날라 고압 호스로 뿌려야 효율이 높지만 장비가 없다고 했다. 바지선은 31일에야 영덕 해역에 1척 투입될 것이라 했지만, 어민들은 "와야 오는 것이지 믿을 수 있나?"고 했다. 또 "기껏 1척 갖고 이 넓은 적조띠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역정을 내고 있었다.
마을 어장 박종호(59) 관리인이 가두리 그물 속에 죽어 있는 물고기를 가리켰다. 어른 팔뚝만한 방어 100여마리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떠 있었다. 4~5kg이나 나가는 중간치들로, 지난 5~6월에 사 넣은 것이라고 했다. 10kg 정도로 다 자라면 오는 10월부터 7만~8만원씩에 출하하려던 것이라고. 일대 3개 가두리에서 방어 폐사가 확인했다.
그러나 어부들도 얼마나 죽었는지 가늠조차 못했다. 죽은 물고기 건져내기보다는 황토를 한줌이라도 더 뿌리는 것이 급하다고 했다. "31일부터는 피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어민들은 1995년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침통해 했다. 그러면서 양식장도 양식장이지만, 이번 적조로 연안 바다에서 고기가 씨 마르지 않을까 불안해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까지도 영덕군청.포항해양수산청.영덕수산기술관리소 등은 물고기가 죽은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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