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쌀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을 보면 여전히 근본적인 정책은 수립하지 못한 채 단기적 수요관리에 급급, 임기응변식 농심(農心)잡기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총 3조9천억원을 지원, 정부와 농협 등을 통해 수확기 유통량의 70%인 1천325만섬을 수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금 축소방침에 따라 추곡수매를 줄여야 하는 정부로선 재고량을 직접 떠맡기가 어려워 민간 수매량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즉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확기 벼에 대해 70% 정도의 선도금을 주고 매입한 뒤 이를 시중에 판 후 농가와 정산하는 '수탁판매제'와 농협이 자율적으로 쌀 200만섬을 시가로 매입, 따로 보관한 뒤 내년에 시가로 단계적으로 내다파는 '조정보관제' 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수확기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유통량 조절만으로 가격을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먼저 정부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조정하는 공급관리 정책이 아니라 올해 쌀 시장 안정만을 겨냥한 단기적 수요관리에 치중한 것은 문제다. 1인당 쌀 소비량은 91년 116.3㎏에서 올해 90.4㎏으로 계속 줄고 있는데다 수매마저 증가, 올해 쌀 재고량은 적정재고량(1년 소비량의 17∼18%인 550만∼600만섬)을 400만섬이나 초과하게 된다. 정부는 이미 올해 추곡수매가를 작년(16만1천270원)보다 4% 오른 80㎏ 1가마 기준 16만7천720원으로 결정했지만 정부 수매량이 줄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난해 수확기 전 한가마에 20만원선이던 쌀값이 현재 1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고 올해는 시장 가격이 지난해보다 적어도 5% 정도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고의 원인이 되는 수급관리 개선을 위해 휴경 등 생산조정제 도입은 물론 특수미 개발 등 고부가화에 대한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또 논농업직불제(㏊당 25만원)와 재해보험 등을 통해 쌀재배 농가의 소득을 간접적으로 보장해 주는 정책도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쌀값이 떨어지면 농민에게 일정분을 보상하는 쌀값 연동 '직접지불제' 실시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쌀 수요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늘어나는 재고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앞으로 심각한 재정부담과 함께 해결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2004년 WTO 쌀 협상에 대비, 장기적인 쌀 산업 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쌀값을 인위적으로 높게 지지하는 추곡수매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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