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연다 지역 중견예술인 작업현장

입력 2001-08-29 15:20:00

(4)서양화가 김성호씨

고민않는 작가가 어디 있을까 마는, '야경(夜景)'작가 김성호(40)씨는 여름 내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씨름해왔다."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모든걸 미화(?)할 수 있는게 작가의 특권이라지만, 솔직한 그의얘기는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고민의 흔적은 작품을 통해 나타나지 않겠는가. '밤 풍경'만을 고집하는 그의 화풍이 어느만큼 변해 있을지 궁금해졌다. 2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수성동 건물 4층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60여평의 널찍한 작업실에는 수십여점의 작품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출항을 앞둔 어선, 한밤중 대도시의 쓸쓸한 거리 풍경, 가로등 불빛 아래의 한줄기산책로…. 소재는 예전 그대로였지만, 작가의 감성은 갈수록 더욱 다듬어지는 듯 했다.

빛을 중시하는 인상파 작가 모네의 영향을 상당부분 걷어낸듯,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작품 곳곳에 배어있었다."얼마전만 해도 작품속에 되도록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간결하고 다소 해체된 듯한 화면이 훨씬 맘에 들어요".

색감도 검은색 계통에서 벗어나 노랑 파랑 회색 등으로 훨씬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느낌을 주는 짙은 청색 계통을선호하지만, 관객들은 밝은 색을 띤 풍경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슬쩍 내비쳤다. 그는 전국적인 강세를 보이는 대구 구상화단에서도 20대 후반부터 '밤 풍경'을 고집하면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작가다. 이번 가을은 그에게 경력이나 명성 등을 고려할때 중진작가로 올라서는 길목이 될 것 같다. 그런 탓에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 11월쯤 동원화랑에서 예정된 10번째 개인전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구상작가들은 변한다는게 무척 두렵고 힘든 일입니다. 끈질기게 매달리다 보면 그림이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그는 얼핏 구수하고 편안한 인상이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하는 자긍심과 밤을 밝히며 노력하는 모습에서 치열한 작가정신을 어렵사리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가을맞이는 진지하고 고통스럽게 준비되는듯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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