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당정개편 연기 의미

입력 2001-08-29 14:42:00

청와대가 28일 당정개편 논란에 대해 '정기국회 후 검토'라는 명확한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여권의 단합과 정기국회 운영, 대야관계, 나아가 향후 정치일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결근' 파문에 이어 여권 일각에서 당정개편설이 흘러나오자 "김 대통령은 당정개편을 검토하더라도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 검토를 하게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조기 당정개편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당정개편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당정개편 검토시기에 대해 '정기국회 후'라고 구체적인 시기를 적시하며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당정개편을 정기국회 이후로 잡은 것은 1차적으로 김 대표의 일시 당무거부 파문으로 불거진 여권 내부의 갈등 요인을 진화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뜻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파문은 구로을 재선거 후보선정 문제를 둘러싼 당과 청와대간의 이견에서 촉발됐지만 그 이면에는 당정개편과 권력구도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와 마찰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통령은 당.정 핵심인사들에게 '정기국회 후 당정개편 검토'라는 명확한 시간표를 제시함으로써 더이상 이 문제와 관련해 여권내 이견이 표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연말까지 이한동 총리-김중권 대표-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더이상 당정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경제난 해소, 남북문제, 정기국회 등 산적한 국정현안을 앞에 놓고 여권내부의 결속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금은 무엇보다 일사불란한 체제속에서 국정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라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이와 관련, 박준영 대변인도 "지금은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이 기대를 하고, 민생과 경제에 관한 주요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정기국회에 철저하게 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동원 통일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 등 정국현안에 대해 여권이 단합속에 대처해달라는 당부의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까지는 '이한동 내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공동여당인 자민련과의 변함없는 공조를 기대하는 메시지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자민련은 조기 당정개편설이 나올 때마다 민주당과 청와대쪽에서 이 총리를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또 당정개편은 내년초부터 본격화될 여권의 대선경쟁과도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여권의 정치일정 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김 대통령은 정기국회 기간에 돌발적인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연말까지는 현 당정체제를 유지한뒤 연말께 총리, 당대표, 청와대비서실장 등 '빅 3'를 포함한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