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만의 당무복귀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반발이 도를 더하고 있다. 당내 기반이 없어 '적수공권(赤手空拳)'의 입장과 평소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 대표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무에 복귀한 28일에는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공세를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당4역회의에서 '당 우위론'을 강조한 데 이어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와대 비서진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 대표 주장의 골자는 더이상 청와대의 당 간섭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김 대표는 "참모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만 하면 되며, 그림자로 일해야지 자기 얼굴을 드러내선 안된다"면서 청와대 비서진을 그의 '비서론'을 동원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하며 총재가 물리적으로 당을 직접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를 세운 것으로 그런 점에서 대표는 총재의 제1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김 대표 발언은 지난해 12월 당대표 취임 후 나온 최고 수위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김 대표가 자신의 취약점을 알면서도 이같은 공세를 펴는 것은 왜일까. 김 대표측의 설명은 결코 청와대 일각에서 얘기하고 있는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보는 청와대 비서진의 월권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월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 비선과 청와대 참모진을 겨냥해 정풍운동을 벌일 당시 청와대 참모진은 잔뜩 긴장, 납작 엎드렸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가뭄을 이유로 인적쇄신을 뒤로 미루자 서서히 당에 대한 간섭을 시작, 결국은 10.25 재보선 문제로 대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파동은 결코 구로을 재선거 후보문제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측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재·보선 출마 문제와 관련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 당에서 나보고 나가라는 의견이 나왔을 뿐 나는 일관되게 출마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이라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대표가 청와대 참모진의 당에 대한 간섭을 방치한 채 더이상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지난번에는 소장파들이 정풍운동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대표 자신이 여권의 체질을 바꿔놓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체가 바뀐 제2의 정풍파동인 셈이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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