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증시 '헛발투자'비상

입력 2001-08-27 14:20:00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적 변수가 날로 다양화하면서 예측은 물론 대응조차 하기 힘든 혼돈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나스닥 선물지수가 24포인트나 올랐다. 경험상 커다란 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0.76 포인트 하락했다.

나스닥 현물수와의 동조화 현상도 요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일 나스닥 증시 동향을 참고 지표로 삼아 투자에 임했던 일반 투자자들은 최근 나스닥과 반대로 가는 국내 증시 움직임 때문에 적잖은 손실과 혼란을 겪었다.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돌발 악재에 하방 경직성을 보이는 등 호·악재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종잡을 수 없게 나타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온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바닥권인 듯하면서도 추가 하락의 공포감이 공존하는 안개 장세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혼란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증시를 둘러싼 변수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증권사 영업점 전광판의 불빛만 보고 주식 매매를 하던 시절과 달리 증시를 둘러싼 투자 변수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선·현물 증시는 기본이고 일본·대만·유럽증시는 물론 우리와의 교역량이 1%도 채 안되는 아르헨티나 증시와 관련된 뉴스도 넘겨들을 수 없는게 우리 증시의 현주소다.

외국인 및 기관의 투자 동향 역시 간과할 수 없고, 거래소·코스닥 양 시장을 합한 것보다 거래 규모가 커진 선물·옵션 시장을 모르고서는 현물 증시를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을 비롯해 원화 환율, 엔-달러 환율도 무시 못할 증시 변수로 떠올랐다.

테마 장세의 경우도 예전에는 수일~수주일간 계속됐지만 요즘에는 하루짜리 단기 순환 현상이 반복되면서,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고점에 물리는 일이 잦다. 최근에도 건설-은행-증권-제약주로의 단기 순환매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적응하기는 힘들었다.

팍스넷의 애널리스트 센스영은 "지수는 크게 하락시키지 않으면서 종목별로는 조정폭을 크게 가져감으로써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도록 만들려는 고도의 심리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증시 변수를 환히 꿰고 있다 하더라도 '정답'이 없기는 매 한가지라는 점이다. 기술적 분석 역시 한 때는 강력한 무기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 기법의 대중화 및 초단기 매매의 성행에 따라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투신증권 대구지점 강대원 과장은 "요즘은 일반투자자들로서 적응하기 매우 힘든 장세"라며 "최근 지수가 상승했지만 투자자 10명 가운데 8명 꼴로 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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