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중이동 사무소 댄스스포츠 열기

입력 2001-08-27 00:00:00

"자, 남자 돌고…. 여자 돌고…. 비키고…. 한번 더".대구시 서구 상중이동 동사무소(053-556-9274) 2층은 매주 수·목요일 10시가 되면 '춤판'이 벌어진다. 지난 22일에도 집안 일을 서둘러 마치고 온 30대 후반∼50대 아줌마 20여명이 '춤맛'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음습한 조명도, 끈적끈적한 음악도 없다. 카바레 춤을 배워 제비가 되려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강사의 구령아래 자이브, 차차차, 룸바 등 경쾌한 남미풍 음악에 아줌마들끼리 파트너를 정해 스텝을 맞춘다. 간혹 스텝이 엉켜 허둥대는 초보춤꾼도 있지만 보는 사람마저 흥겹다.

여기서 아줌마들이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부터다. 주민자치센터 개설강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댄스스포츠에 대한 주민 요구가 많았던 것. 음지에 있던 '춤'이 댄스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양지로 나오게 됐다.

왜 댄스스포츠가 아줌마들에게 인기일까?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의 영향이 컸다. 평범한 사람들이 춤을 통해 사는 재미를 배운다는 내용의 영화가 '춤바람'을 자극했다. 50대 아줌마들은 이구동성으로 춤을 배우고 나서부터 사는 것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무엇인가 배워나간다는 즐거움에 활력을 되찾은 것이다."일주일에 두 번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죠. 몸도 훨씬 가벼워지고 한결 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곳 '춤판'에 끼어 든 지 6개월 됐다는 청일점 이종규(48)씨. 이씨는 매주 수·목요일이면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서 이곳까지 원정을 온다. 이씨에게 댄스스포츠는 춤이 아니라 운동이다.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지킬 수 있어서다.

강영희(48)씨는 "동네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지요.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다보면 이웃들끼리도 서로 친밀해집니다"고 자랑했다.

주로 40, 50대 아줌마들이 건강을 위한 가벼운 운동으로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이곳 수강생들을 분석한 강사 이미경(35)씨는 "에어로빅처럼 격렬한 운동은 아니지만 운동량으로 따져도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고 소개했다.

동사무소 댄스스포츠 강좌가 인기를 끄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3개월 과정에 3만원으로 싸고 공공기관이란 믿음이 있어서다. 몇몇 가정에서는 남편들이 아직도 댄스스포츠를 배운다는 말에 춤바람난다고 말린다. 그러다 아줌마들끼리 짝을 이뤄 동사무소에서 배운다는 말에 안심한다. 설마 동사무소에서 하는 일인데 별일 있겠느냐고 믿어주기 때문이다. 상중이동 주민자치센터에서 9월부터 시작하는 3개월 과정의 댄스스포츠 강좌에는 22일 현재 29명이 등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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