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화(44·대구시 달서구 감삼동)씨, 180㎝ 늘씬한 키에 길을 걷든 멈춰 서 있든 늘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복장도 마찬가지. 벗으려면 아예 벗고 입으려면 단정하게 차려 입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매사 이쪽 아니면 저쪽이 분명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이른바 '회색지대'를 인정하지 않는 게 그가 사는 방식이다. 그래서 권씨는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는 그 어떤 것도 모른 체 넘기지 못한다.
권씨는 감삼동에서 20여년을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청소년을 괴롭혔다. 함부로 침을 뱉거나 욕지거리를 일삼는 아이들,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청소년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쥐어박기도 했다.
"꾸중하는 어른이 없으니 아이들이 제 잘못을 모릅니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려도 모두들 모른 척해요"
권씨는 대구시 달서구 감삼동 청소년 지도협의회 회원이다. 10여년 전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왔다. 한 달에 한번 정기 회의에다 수시로 동네를 야간 순찰한다. 권씨는 유흥업소들은 당장 눈앞의 돈을 위해 아이들의 일탈을 눈감고 길가는 어른들은 무관심과 두려움 때문에 모른 척 한다고 나무란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모른 체 할 것이 아니라 타이르고 가르쳐야죠" 지난 79년 해병 제대 직후엔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싶으면 쥐어박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좋은 얼굴로 타이른다. 힘으로 밀어붙이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힘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 별 효과가 없음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좋은 얼굴로 타이르면 대부분은 잘 알아듣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말씀을 못들은 척할 만큼 엉망은 아니거든요" 그는 지난 10여년 야간 순찰을 하는 동안 정말로 돼먹지 못한 청소년을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생각들이 많이 왜곡됐어요.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이 영웅시되고 잘못해서 경찰에 잡혀온 사람이 오히려 행패를 부려요. 직무에 충실한 경찰은 오히려 독한 놈으로 치부되는 겁니다" 권씨는 반듯하고 얌전한 사람은 배짱없고 개성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회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말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권씨는 자신이 너무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이라 신문에 날 이유가 없다며 의아해했다.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 신문에 나오는 시대, 너무나 상식적인 사람이 주변의 칭찬을 받는 사회, 그의 말은 우리 사회엔 비범과 몰상식이 만연돼 있다는 역설처럼 들린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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