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 유난스런 동향주택 기피증

입력 2001-08-27 00:00:00

"대구사람들은 동향(東向) 주택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대구에 진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는 한 서울의 주택건설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사실이다. 대구에서는 동향의 아파트는 물론이고 단독주택이 잘 팔리지 않는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이라면 당연히 남향인줄 알고 관심을 갖게되다가 막상 동향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남서향이 더 낫다는 것이 대구지역 수요자들의 아파트 방향 선호경향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분양에 들어가 초기 분양률 90%를 달성한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옛 50사단 부지 '롯데캐슬그랜드'의 경우 동향 가구는 아직까지 많은 양을 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동향인 30평형의 경우 300가구 중 26가구가 팔리지 않고 있다. 초기에는 미분양 가구가 81가구에 달했었다.

또 지난해 5월 분양에 들어간 수성구 만촌동 옛 의무사부지내 '메트로팔레스'도 동향이 찬밥신세를 면치못하고 있긴 마찬가지. 동향인 36평형(85가구)은 분양을 시작한 지 1년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미분양 가구를 남겨두고 있을 정도다.

분양된 동향 아파트의 경우도 수요자들이 좋아서 선호, 선택한 것은 아니다. 대구시내 아파트 신규공급 물량이 절대 부족, 전세난이 겹치면서 아파트값이 오를까 싶어 울며겨자먹는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동향을 선택한 것들이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남향은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제값을 받을 수 있지만 동향은 선호도와 함께 값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주택 수요자들이 동향을 꺼리고 있는 것은 대구가 분지라는 지형적 여건 때문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데 집마저 동쪽을 향할 경우 대기흐름이 차단돼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황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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