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교사제 일선교원 강한 저항

입력 2001-08-24 15:23:00

◈2학기 교단 뜨거운 불씨

학교에도 기업체처럼 '파트타임'(part time)으로 일하는 교사가 생길 것인가. 교육부가 최근 2학기부터 파트타임 교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단지 교사들의 고용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라 학급당 인원수 조정과 선택 중심 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한층 딸리게 된 교원 수급 문제와 직결돼 있다. 급격한 변화를 앞둔 학교 수업이 얼마나 내실있게 진행될 것인가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파트타임 교사란=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크게 정규 교사와 기간제(계약제) 교사로 나뉜다. 기간제는 1년 단위로 학교와 계약을 해 일정 시간의 수업을 맡는 방식. 파트타임 교사란 이를 더 나눠 격일제나 반일제, 순회제 등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맡는 것이다. 전일제 교사 1명을 1년 단위로 계약하든, 과목이 다른 교사 2명을 격일제나 반일제로 계약하든 학교는 사정과 필요에 맞춰 계약하면 되는 것이다

◇도입의 배경=7차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교원 수요가 늘어나고 필요한 전공 분야도 대폭 확대되므로 학교에 따라 탄력적으로 교사 숫자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유다. 실제로 고교 2학년에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03년이 되면 수십개 선택 과목이 신설돼 전공 교사 수요가 막대해진다. 현재의 교사 수급 시스템으로는 다양한 수요에 맞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교육여건 개선 계획에 따라 학급수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교원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대처해야할 급박한 필요가 생겼다.교육부는 임용고시를 통과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기자들을 1차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종사자,산업대 졸업자 등으로 교원 문호를 넓히겠다는 교육부의 잇따른 발표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교육계의 반대 이유=7차 교육과정에는 기존처럼 교육과정의 변화만이 아니라 전체 공교육 시스템을 개편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교육계에서는 분석한다. 초.중학교에서는 수준별.능력별 수업을 확대하고 고교에서는 선택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외견상의 변화이지만 자립형 사립고, 수석교사제, 성과급제등 이른바 교육에 시장경쟁을 도입하려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파트타임 교사제 역시 1명을 쓰는 비용으로 2명을 쓰면 더 효율적이라는 경제논리가 담겨 있을 뿐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은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 아울러 생활지도, 교내업무 등에 대한 정규 교원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교육의 질 저하라는 부작용까지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여건 개선 계획에 따라 교원 2만3천6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약속했던 '2004년까지 매년 5천명 증원'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 실제 올해는 약속의 절반인 2천여명밖에 증원하지 않았다. "교사를 보따리 장사로 내모는 것이 교육부냐"는 교사들의 불만도 당연해 보인다.

◇지역 현실과 영향=대구지역 고교의 경우 올해 현재 기간제 교사 숫자만 해도 479명으로 전체의 10%에 육박한다. 학급당 정원을 35명 이하로 맞추기 위해 337개 학급을 늘리는 내년 1학기에는 적어도 500명 이상의 교사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기간제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도 교육청은 이미 '신규 교원을 정규로 채용해 과원이 생기면 향후 지원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내용의 공문을 사립학교에 보냈다. 한 사립고 교장은 "내년에 고교마다 5~8개 학급을늘려도 정규 교사는 결국 뽑지 말라는 것 아니냐"면서 "현재 10여명인 기간제 교사가 2배 이상 늘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파트타임 교사제를 비롯해 7차 교육과정, 자립형 사립고 등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교육계의 저항이 2학기에 본격화할것"이라고 했다. 파트타임 교사제 도입은 현실적인 급박한 필요와 교육계의 강한 저항 속에 2학기 교육계의 또다른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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