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덕유산·가야산. 이름만 들어도 풍성한 3대 국립공원에 둘러싸인 경남 거창은 해발 200m이상인 내륙 고산분지인데도 물의 고장. 대구, 광주, 김천, 진주 등을 고속도·국도가 논스톱으로 이어줘 교통도 편리하다. 이처럼 거창은 주변 산이 높으니 물도 맑을 수밖에 없고 오염원이 없으니 골짜기는 언제나 푸른빛 물이 가득 넘친다. 숲이든 계곡이든 외양 또한 수려하고거기다 사연 많은 향토 유적은 거창여행의 덤이다. 차창밖으로 스쳐만 가도 자연속으로 동화될 듯한 곳, 주말 나들이로는 그만이다.
◈대동여지도 등 소장
절기도 이제 처서(23일)를 넘어섰으니 휴가시즌은 사실상 끝물. 그러나 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못다한 피서여행으로도, 미리 가을을 마중하러 떠나는 나들이로도 복많은 고장 거창은 여러모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88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대구에선 1시간 남짓. 거창 읍내에선 표지판이 잘 정비돼 있다. 거창기행의 시발점은 거창박물관(거창읍 김천리·055-944-8218).전통 한옥구조의 단아한 2층 건물이다. 전시유물 1천100여점 대부분은 거창지역 출토품. 주요 소장품에는 대동여지도·송림사지 석조여래좌상 등의 유형문화재와가야·백제토기와 고려자기·분청사기가 소장되어 있다. 박물관 마당 야외전시장에도 눈여겨 볼만한 석상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매주 월요일 휴무)
◈묵객 발길 잡는 건계정
박물관에서 나와 건계정·수승대·월성계곡으로 이정표를 잡는다. 예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는 건계정은 거창을 소재로 하는 글이나문학소재의 대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절벽 위 산자락에 있는 거열산성은 삼국시대의 격전을 연상시켜 준다. 지금 TV에서 열기를 더하는 태조 왕건의 무대중 하나. 후백제 견훤을 물리쳤던 고려 왕사 희랑대사의 발길이 이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고풍스런 정자와 어울린 건계정 계곡은 이처럼 역사, 지리, 군사적 사연이깃든 곳. 맑은 물길이 잠시 숨을 고르는 듯 굽어 돈다.
◈삼국시대 거열산성도
길은 차가 별로 없어 한적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수승대 초입 물놀이 인파부터 계곡 양편 그늘까지 사람들이 빼곡하다. 미동도 않고 거북바위와정자를 화폭에 옮겨 담고 있는 화가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뙤약볕도 마다 하지 않는다. 수원에서 왔다는 박정란(39·팔달구 우만동)씨는 "평소 작품활동을 하러 여러 곳을 다녀보지만 이곳 수승대처럼 바위, 물, 정자, 나무가 한꺼번에 갖춰진 곳도 찾기 힘들다"며 "언제든 다시 한번 와 볼 만 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승대는 거창 비경의 일부분. 몇 발짝만 벗어나면 바로 월성계곡이다. 덕유산 골짜기 물줄기가 동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절경을 빚어낸다. 거창의소금강이라는 말이 과연 헛말은 아닌가 싶다. 월성계곡의 첫머리는 강선대와 모암정. 보기에도 널찍한 바위,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의 연륜이군데군데 홈을 파 놓았다. 어떤 곳은 소(沼)처럼 수심도 제법 깊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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