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초 주거가 확실한 사람만 보호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민등록이 설정돼 있지 않거나 말소되어 주거가 불확실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저한의 생계 및 주거비보장을 발표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 조치와 직접 관련되어있던 한 할머니가 생각나고, 그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할머니는 50년대에 결혼해서 60년대에 소박맞고 남편이 사망신고 함으로써 호적이 없어졌고, 당연히 주민등록 또한 말소된 경우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사용할 수 없고, 항상 방안에서 모든 일을 해 왔다. 혼자 앉아서 식사, 설거지 심지어 용변까지도. 앉고 눕는 것 밖에는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집은 엉망이고, 냄새 또한 지독한 그런 할머니였다. 거주하는 방 바로 옆방에 기어서 다닐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 더욱 냄새는 고약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방문하면'하하하' 큰 목소리로 호방하게 웃어주곤 했던 할머니. 그런데 이 할머니가 작년 생활보호법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뀌면서 생활보호대상에서 탈락되었고, 이 때부터 시름시름 앓아 눕게 되었다. 의료비가 없어 병원도 가지 못하고, 병은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도 나는 아무런 대책을 세울수가 없었다. 그저 봉사자들과 학교 학생들을 다녀오도록 채근하는 일 밖에는 그리고 또 소식을 듣는 일 밖에는. 욕창이 심하고, 기침도 심하다는 그런 이야기들.
그런데 겨울임에도 따뜻했던 어느 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로 아직까지도 그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내 귓전을 맴돌고 있다. 자책감에 쌓이게 된 것이다. '대학교수인 내가 나섰다면 그렇게는 악화되지 않았을 텐데, 토요일 날 수요자와의 만남을 위한 시간할애 이외에는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돌아보지 않는 내가 어떻게…' '그저 의무감에서 하는 일을 자원봉사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들을 자아내게 했던 사건이었다. 할머니에겐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런 대책이 마련되어 주민등록상 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의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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