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입력 2001-08-24 14:38:00

중국 베이징이 '올림픽 리허설' 성격의 제21회 유니버시아드(U) 대회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길거리를 가득 메운 대회 플래카드의 문구나 조직위 중심의 선전과는 달리 그렇게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대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4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언어 서비스 등 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조직위원회 직원들이'무사안일주의'의 구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상당수 시민들은 U대회가 열리는 것 조차 제대로 모르는 실정이다.

22일 밤 열린 개막식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비춰졌지만 근로자 등 대다수 시민들은 이번 대회에 무관심했다. 다만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로부터 한 몫 잡으려는 상혼만이 판치고 있다.

택시운전사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공항과 호텔, 경기장에서 만나는 이들 대부분은 경기장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틈만 보이면 엉뚱한 곳으로 돌아서 가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조직위 직원들은 몸에 밴 '만만디' 체질과 불친절로 대회 참가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조직위가 발간한 '미디어 가이드' 등 안내책자의 내용은 실제와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직원들은 예정된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시설도 소개된 것과는 달리 미비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면 자원봉사들의 노력은 헌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분야별로 조직이 잘 갖춰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올림픽을 유치, 21세기를 이끌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인 조선족 이미화(21·북경사범대)양은"대학생 등 젊은 중국인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들은 올림픽이 중국의 발전과 변화를 가져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이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그랬던 것처럼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대수술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베이징 유니버시아드 취재단 김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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