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IMF 졸업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01-08-24 00:00:00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3일 "오늘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날"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한국은행을 통해 IMF로부터 빌린 빚을 모두 상환, IMF 관리체제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나 경제주권을 되찾았음을 두고 한 말이다. "금 모으기에 나선 국민들의 단합된 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국민들에 감사해하기도 했다진 부총리 말이 아니더라도 지난 3년간 국가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길거리로 퇴출돼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3년8개월만에 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 역사적인 일이다.

온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수집된 금만 220t이나 됐다.

97년 말 불과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이 이제 1천억달러에 육박하고 총외채는 IMF 차입금을 모두 갚고도 1천807억달러에서 1천270억달러로 줄었으며 2000원대로 치솟았던 환율은 1천200원대로 안정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IMF 위기로부터 벗어난 것인가. 국민들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지표상으로도 우리 경제는 IMF를 극복하지 못했다. IMF 직전 1만달러를 웃돌던 1인당 국민소득은 9천달러에 못미치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2~3%대로 떨어졌으며 수출은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IMF 빚은 모두 갚았지만 그 빚은 공적자금 등으로 고스란히 국내에 남아 있다. 기업과 금융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쏟아부은 '공적자금'이 137조원이다. 공적자금을 완전히 회수해야만 IMF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우리 사회 변화는 중산층 붕괴와 빈부격차 확대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간 경제력 격차는 심각하다. 대구의 산업생산지수는 IMF 직전인 96년 103.0이었으나 지난 6월에는 88.8에 불과했다.

IMF 빚을 다 갚은 것이 '빛'이라면 여전히 불투명한 부실기업 정리 등 미제로 남아 있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심화하고 있는 경제력 격차 등은 IMF를 극복했다는 우리 경제의 '그림자'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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