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춧값 비싸다고 불평 못해

입력 2001-08-23 14:43:00

"고추 수확이 감귤 수확보다 몇 배나 힘든 것 같아요. 허리 구부리고 고추 따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간밤엔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제주도 남원농협 부녀회 오계순(47) 회장은 고추농사 체험기를 이렇게 털어놨다. "나름대로 힘든 농사일을 해 봤지만 고추농사만큼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는 처음 봤다"면서 "앞으로 고춧값 비싸다고 불평 못하겠다"고 말했다.

햇살이 따갑던 지난 20일부터 3일간 청송읍 거대리 속칭 도가메골 산비탈 김충길(67)씨의 3천500여평에 달하는 고추밭. 제주도 출신 부녀회원들은 고추밭에서 홍고추 수확을 돕고, 고추세척작업도 하며 바쁜 사흘을 보냈다. 밭주인 김씨는 작년 위와 식도 등에 큰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지역간 농작물 수확기가 다른 때에 부족한 일손을 돕기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청송농협과 제주도 남원농협은 벌써 7년째 교환 일손돕기인 '품앗이 영농'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남원농협 부녀회원 12명이 바다를 건너와 3일동안 홍고추 2천500kg을 따주고 돌아갔다. 답례로 청송농협 부녀회원 60여명은 11월 중순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남원농협 감귤농장을 방문해 감귤수확을 45일간 돕게 된다. 하루 일당은 숙식제공을 받고 2만5천원.

일손돕기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 교환판매도 적극 나선다. 올해 제주도 남원농협이 청송농협을 통해 건고추 600g짜리 20여만근(10억여원), 청송꿀사과 15kg짜리 5만상자(10억여원 상당)등을 판매하기로 했다. 또 제주도 남원농협 조합원들이 생산한 밀감, 멸치 등 특산물을 청송농협이 조합원으로부터 주문받아 원가로 판매한다.

제주도 남원농협 정관홍 경제상무는 "자매결연 지역간 품앗이가 활발해지며 일손부족 해결과 유대감 강화, 상호 특산물 판매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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