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이라는 지역 섬유업계의 불황은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대구경북중소기업청에서 열린 19개 중소기업 지원 유관기관 및 금융기관들의 대구경북 금융지원위원회 회의에서 업계가 설비투자에는 과도하게 나서면서도 기술혁신 등에는 소홀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선 '묻지마'식의 과도한 설비투자가 반복됐다는 평가다.
99년 교직물의 해외수요가 증가하자 업계는 에어제트룸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99년 도입된 에어제트룸은 1천394대로 98년의 11.7배나 됐고 2000년에는 1천143대로 9.6배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침체현상이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업체마다 가동중단된 에어제트룸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90년대 초 폴리에스테르 직물이 잘 나가자 너도나도 워터제트룸을 도입해 95년 수출가격이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바 있다. 93년 연사가공물 수요가 늘자 투자 붐이 조성됐으나 2년 뒤 수출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도산사태를 빚었고 96년 커버링사 및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붐도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의 기술지원사업에 대한 참여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중기청에 따르면 올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 BIZ) 육성사업 등 4개 기술지원사업에 대한 섬유업계 참여율은 5%에 불과하다. 기계.금속업계 36%, 전기.전자업계 27%, 화공업계 14% 등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노후직기 저가수출도 문제로 지적됐다. 5천만원씩 주고 도입한 직기를 3분의 1도 안되는 1천500만원에 중국,동남아 등지로 마구 실어내고 있다는 것. 이들 직기는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섬유업계가 불황에 시달리는 데에는 세계경기 부진 같은 대외적 요인도 있지만 섬유업계 자체의 자구노력 부진 탓도 크다"며 "이런 추세로 가다간 지역 섬유업이 3~4년 이내에 거의 고사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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