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미생물이 '黃金의 손'(?)

입력 2001-08-23 00:00:00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뀌어도 가치와 원형이 바뀌지 않는 게 금(金)이다. 그 자체가 '즉시적 환금성'이라는 위력도 지니고 있다. 특히 금은 어떤 화합물과도 결합하지 않아 산화현상 없이 영구히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성과 연성이 어느 금속보다도 높아 1g으로 1㎡의 박판이나 3.3㎞의 가느다란 금실을 만들 수 있어 정교한 예술품으로로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구리에 이어 금을 발견한 뒤 유용하고 소중하게 사용해 왔다.

▲금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기원전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금투구를 쓰고 다녔다. 이집트의 투탕카멘왕은 황금 마스크로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려 했다. 그리스인들도 금을 화폐로 이용한 뒤 '금 쟁탈전' 때문에 식민전쟁을 가열시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중남미 진출 전쟁과 남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개발도 따지고 보면 '배급주의'가 낳은 결과였다.

▲최근 '황금의 손'을 가진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물론 다른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은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러블리 교수가 '응용·환경 미생물학' 최신호의 연구보고서에서 밝힌 실상은 이렇다. 유사한 미생물인 '지오박터(Geobacters)'를 사용해 쓰레기 정화 실험을 하던 중 해양의 화산 분기공·온천 등 극단적인 환경에 살면서 용해된 금을 흡입해 견고한 금으로 바꾸는 '엑스트레모필(Extremophil)'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엑스트레모필은 용해된 금속을 자신의 몸통을 뒤덮고 있는 한 효소를 통해 흡수한 뒤 견고한 상태로 배출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의 견고한 금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100만여개나 필요하기 때문에 보석 제조업자들이 솔깃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광산주들이 금을 캐다 지하수 속에 흘러 용해돼 버린 금속들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는 효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금은 소중하지만 '배금주의'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황금욕에 눈이 멀면 인성(人性)이 수성(獸性)으로 바뀐다는 말도 있다. 미생물이 금을 만든다는 사실의 발견은 분명 획기적이다. 그러나 불현듯 김유정의 소설 '금 따는 콩밭'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금광을 안다는 수재의 허풍, 마을 촌로와 마름의 수구적인 자세, 영식과 처의 금에 대한 현혹이 삼각관계를 이루어 황금에 어두워지는 인간의 욕망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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