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부품으로 '슈퍼컴'개발

입력 2001-08-23 00:00:00

일반 PC부품을 연결한 3천만원대의 초저가 고효율 슈퍼컴퓨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저렴한 비용으로도 슈퍼컴퓨터 성능을'만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김승조(51) 교수팀은 최근 팬티엄 Ⅲ급 컴퓨터 CPU 64개를 조립,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이는 32대의 일반 PC CPU(중앙처리장치)를 조립해 개발한 기존의 국내기록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일반 PC부품을 이용한 슈퍼컴퓨터로는 성능면에서도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란 계산속도가 현재 사용되는 PC보다 수백~수천배 빠르고 많은 자료를 오랜 시간 꾸준히 처리할 수 있는 초성능 컴퓨터로, 현재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IBM 슈퍼컴퓨터의 경우만해도 구입비가 30억원이나 들었다.

김 교수 연구팀이 4개월여 동안의 기초연구에 이은 이틀간의 조립작업끝에 이번에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모두 용산 전자상가에서 구입한 일반 PC부품을 이용했다.'에어로 탱크(Aero Tank) 1호'로 이름이 붙은 이 슈퍼컴퓨터는 기존의 PC제품을 활용한 만큼 제작비도 보통 슈퍼컴퓨터 가격과는 비교할 수 없게 저렴한 3천8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개별 컴퓨터의 CPU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병렬효율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한 이 컴퓨터의 성능은 102기가플롭스(1초에 1천20억회 연산)로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216기가 플롭스)의 2분의 1정도 수준이다.

게다가 1초에 100만 회의 연산을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28.5센트(347원)에 불과, 비용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된 셈이다.

실제로 이 슈퍼컴퓨터는 오는 11월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슈퍼컴퓨터 학회 2001'에서 초저렴 고효율 부문에 수여하는 고돈벨(Gordon Bell)상 최종 결선까지 오른 상태다.

김 교수팀의 장기목표는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는 컴퓨터들간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이 컴퓨터들이 하나의 연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기능을 가질수 있는 그리딩 컴퓨팅(Griding Computing) 시스템의 구축이다.

김 교수팀은 실제로 이번에 개발한 슈퍼컴퓨터를 중심축으로 기계항공공학부 학생들의 일반 PC 64개를 네트워크화한 하나의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시험적으로 가동, 항공기 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3년이내에 1천개의 CPU를 연결한 그리딩 시스템의 구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된 슈퍼컴퓨팅 기술은 항공기와 자동차, 토목건설 분야 뿐아니라 물리, 화학, 기상, 애니메이션, 생명공학의 유전자 검색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 개발을 시점으로 일반 가정의 PC들을 모두 연결,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시스템의 구축이 궁극적 목표"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의 일부를 일반에 보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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