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라운드 10년 우리농업 어디로 가고 있나

입력 2001-08-21 00:00:00

(13)원예농업

"IMF사태로 소비는 주는데 금융비용.기름값은 오르기만 하니 문을 닫을 수밖에요". 경북도내 최대 토마토 온실이라던 문경새재 그린하우스 영농법인(읍내 고요리)의 유리온실이 지난 3월 결국 주인을 바꿨다.5농가가 1996년부터 9천여평 땅에 유리하우스를 짓기 시작, 정부 지원금 16억7천만원에다 농민들이 6억8천만원을 긁어 모으고 10억650만원을 빚내 무려 34억원 가까이 들였다. 1997년 12월 완공된 것은 유리온실 2동, 150평짜리 선별장.집하장. 1998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IMF사태 초입이었다. 전해에 kg당 2천원 하던 토마토 값이 1천원으로 떨어졌고, 매출은 5억원에 못미쳤다. 그러나 이자 부담은높아졌고 기름값은 오르기만 했다. 문경시청 원예담당자 고저환(47)씨는 "담보능력 부족으로 추가 대출은 안되는데도 원리금 상환 부담은 연 1억원 가까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봉화 물야면 복지리 1만6천평 땅에 2천100평 유리온실과 4천200평의 비닐온실, 집하장 등을 갖춘 봉화농산도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온실은장미.거베라 같은 꽃을 키우는 농장. 18억원 넘게 들여 1997년에 지어졌지만 IMF사태는 꽃 소비와 값까지 떨어뜨렸다. 군청 과수원예 담당자 정기수(34)씨는"참가 농민들이 자금 부족과 기름값 상승, 상품 차별화 실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IMF사태 외에 또하나 하우스 농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씨앗이나 종구에도 로열티를 내야 하게 된 것. 문경 그린하우스를 새로 인수한 조원섭(42)씨는 "네덜란드 수입 씨앗을 쓰느라 채산성이 떨어져 정부 등의 고급 육종개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구미 첨단 원예농업 단지(옥성면 옥관리)에서도 같은고민을 갖고 있었다. 원예수출공사 경영개발팀 권태호(55) 부장은 "수출이 많을수록 새 나가는 로열티가 늘어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걱정했다.그 단지는 낙동강변 11만평에 311억원을 들여 만든 동양 최대 규모. '구미 원예수출 공사'와 '구미 원예농단'이 입주해 있다. 전자는 구미시청이 설립한것이고, 뒤의 것은 31명의 농민들이 만들었다. 공사측은 184억원을 들여 1999년 2만5천평에 유리온실을 완공해 지난 2년간 국화를 전문적으로 수출해 왔다.올해 수출 목표는 50억원. 이렇게 팔아도 로열티 부담이 적잖아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것.

농단측도 127억원을 들여 2만8천900평의 온실을 만들어 국화.장미.선인장을 수출하고 있으나 장미 수출농 김홍보(50)씨는 "네덜란드산 종구를 수입해 쓰는데 포기당 10원을 로열티로 내야 한다"고 했다.종자 문제에 관한 한 국내 농장 중 가장 선도적이라는 칠곡 봉계농산(왜관) 관계자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이 농장은 자체 장미 육종에 성공해 올해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등 오히려 로열티를 받는 입장. 최상환(40) 대표는 "농가가 육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정부도 육종해 보급하는데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로열티 부담은 원예농업 전반에 드리워진 그림자. IMF사태 후 국내 유명 종묘사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 간 반면, 그 동안 육종 투자는 부족하기그지없었던 탓. 농림부 과수화훼과 김판중 사무관은 "외국 육종사로 나가는 로열티가 적잖아 정부도 90년대 중반부터는 투자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봉계농산 권순만(40) 이사는 원예농업 또하나의 문제로 물류비 부담을 들었다.

어쨌든 우리 첨단 하우스 농업은 이미 많은 시련을 겪어 왔다. 정부가 10년 전 시작한 대대적 지원이 폐농으로 결말 난 경우가 적잖은 것. 전국 최초로 수십억원을 들여 1992년 경산에 지어 선진 농업의 성지가 됐던 한 화훼단지도 문을 닫았다. 군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농림부 채소특작과 박상근 사무관은 "UR이후 정부는 1991∼99년 사이 유리.PET 자재에 컴퓨터 자동관리 시스템을 갖춘 온실 등 첨단 원예시설 건설에 9천여억원을 지원했다"며, 그러나 전국 490개 지원 시설을 실태조사한 결과 70%가 적자로 나타났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고품질 농산물을 사계절공급하고 해외시장 개척 교두보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얻어진 성과라고 박 사무관은 판단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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