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댄스팀 'ONE'단원들

입력 2001-08-20 14:37:00

대구 지하철 1호선 교대역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풍경이 있다. 비지땀을 흘리며 춤추는 아이들. 학교에서 방금 달려온 교복 입은 아이도 있고 과외 학원 수업 전에 잠시 들른 아이도 있다.

중고등학생인 이수정, 이보라, 김수경, 이지영, 이원정은 댄스팀 'ONE'의 단원들. 지난해 9월 저희들끼리 모여 안무팀을 결성했다. 고등학생인 수정이가 리더인 셈. 아이들은 지하철 한 귀퉁이의 커다란 거울 앞에서 연신 팔다리를 비틀고 풀쩍풀쩍 뛰어오른다. 'ONE'의 안무는 힘차다. 여학생이 주축임에도 이 아이들은 여성미보다 힘을 강조한다.

이 아이들이 지하철 교대역에 나타난 것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앞산 청소년 수련원에서 연습했다. 그러나 경산이거나 대구시 동구 집에서 앞산은 너무 먼 곳. 단원들이 회의끝에 지하철 칠성역에 비집고 들어갔지만 일주일만에 관리 아저씨에게 쫓겨나야 했다.

'ONE'의 단원들 대부분은 초등학생 시절 춤을 시작했다. 대다수 단원들이 교내 춤동아리 리더들이다. 학교 행사때면 으레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돋운다.

"공부 못하면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니까 안돼요. 'ONE'의 멤버는 학교 성적이 못해도 중간치는 돼야 해요. 공부가 우선이고 춤은 그 다음이죠. 부모님이 반대하는 아이들은 팀에 낄 수 없어요. 부모님 눈치 살피느라 공부도 춤도 안되니까요". 고등학생 수정이는 대단한 말솜씨를 가졌다. 아무리 춤을 추고 싶은 아이라도 부모님이 반대하면 달래서 돌려보낸단다.

지하철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연습을 시작하고 학원에 늦지 않게 자리를 뜬다. 게다가 학기 중에는 토요일, 일요일만 연습할 뿐이다. 시험을 앞둔 때에는 춤 근처에 얼씬도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에는 30여개의 역이 있지만 춤출 수 있는 곳은 이곳 교대역 뿐이다. 밝은 조명과 커다란 거울이 있어 좋고 큰 목소리로 쫓아내는 관리원이 없어 좋다.

ONE은 결성 후 1년 동안 7차례 공연했다. 그중 5번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관 공연이었다. 오는 9월 23일엔 앞산 청소년 수련원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춤과 노래로 여하튼 즐겁게 해드릴 테니 꼭 구경 와 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수정이는 자기 만족을 위해 춤춘다. 제 몸이 춤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직업 댄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수정이는 육군사관학교나 경찰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여고생이다. 중학생인 수경이에게 춤은 취미다.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호기심 많은 소녀다. 햇볕 속을 쉬지 않고 돌아다닌 탓일까 수경이는 얼굴이 까맣다.

신화속의 미소년처럼 예쁜 아이 지영이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아이이고 교내 리더로 활동중인 원정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 두 아이는 요즘 학교 성적이 떨어져 신경을 좀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와 도전, 젊음으로 무장한 '지하철의 댄서들'. 대구 지하철 교대역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눈을 팔아보는 것도 좋겠다.

조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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