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르포-중국 쌀농사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01-08-20 00:00:00

뭐든지 팔아 먹겠다고 미국이 작은 나라들의 목을 졸라 농산물 시장까지 열게 만들어 놨으나, 결국은 득은 중국이 볼 전망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던 외국시장까지 오는 11월 WTO에 가입되면 중국에 뺏길 지경이 됐다고 해서 농민들이 시위를 벌일 정도.

한국도 농업의 핵심인 벼농사까지 밀려 까딱하면 쌀까지 중국것을 사다 먹게 될지 모를 상황(본지 17일자 보도)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쌀 농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 박사의 분석과 농림부 자료 등을 통해 살펴 보자.

◇중국 쌀 농업=작년까지 4년간을 평균해 본 중국의 쌀 재배 면적은 무려 3천100만㏊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30배가 넘고 전세계 쌀 농사 면적(1억5천230만㏊)의 20.3%를 차지하는 것이다. 다만 1970년대보다 300만㏊ 정도 감소한 것이 약소 농업국의 위안이라면 위안.

그러나 남부 경우 3모작까지 되니 생산력은 한국을 훨씬 능가한다. 근래 평균 쌀 생산량은 연간 1억9천170만t. 전세계(5억8천890만t)의 32.5%나 된다. 또 논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1970년대보다 40%나 되레 증가했다.

이같은 생산량은 소비량을 능가하는 것이어서 1999년 경우 재고가 2천650만t에 달했다. 그 해 전세계 재고량은 6천만t이었다.

또하나 근래 나타난 변화는 한국.일본에서만 먹는 자포니카 종(차진 쌀) 재배 면적이 늘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인디카종 쌀(찰기 없는 안남미)을 먹는 것을 감안하면 주목될 수밖에 없는 변화이다.

자포니카종 재배는 특히 만주지역(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에서 두드러진다. 동북3성의 벼 면적은 1979년 84만㏊에서 85년 119만㏊, 99년 258만㏊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흑룡강성에선 85년 38만9천㏊가 작년 161만5천㏊로 122만6천㏊나 증가했다. 흑룡강성 한곳에서의 증가분만도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보다 많은 것이다.

그외 하북.하남.동북.서북 지역에서도 자포니카 쌀 재배가 늘고, 양자강 중하류 지역인 강소.절강성, 상해시 등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쌀농사 정책=1995년 식량산업 개혁을 중단하면서 식량 공급을 성 정부들이 책임지도록 하는 '쌀 포대 정책'을 도입했다. 이것은 '쌀 포대 성장(省長) 책임제'를 줄인 말. 그 후 성 정부마다 증산 및 품질 향상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인디카에서 질높은 자포니카 종 생산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 ㎏당 0.51위안(元)에서 매년 인상해 97년엔 1.48위안까지 올랐던 인디카 중심의 정부 수매가도 낮추기 시작, 작년에는 1.16위안으로 떨어졌다. 작년부터는 인디카 조생종 벼는 아예 수매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품종도 일본.한국종을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우량 품종 개발에 들어가 인센티브제를 구사했다. 투자는 자포니카 쌀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만주지역에 집중시켰으며, 이곳 기계화율을 높여 이앙은 10~20%, 수확은 10~40% 수준에 도달했다. 만주에는 계약재배 방식도 채택, 요녕성 경우 올해 20%인 그 비중을 4년내 50%로 끌어 올릴 계획. 길림성은 아예 드러내 놓고 국제시장 진출을 준비한다며 영농기금, 신품종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흑룡강성 역시 '양고일우'란 고품질 위주 정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세균 박사는 "앞으로는 중국 중부의 자포니카 재배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제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긴 목표=그처럼 중국이 자포니카 쌀 생산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에는 고급쌀 쪽으로의 자국내 소비 성향 변화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지만, 더 멀리는 WTO 가입 이후 한국.일본쪽 쌀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것은 시장만 열린다면 값에서 비교가 안되는, 성과가 클 수밖에 없을 터이기 때문. 20㎏당 한국쌀은 4만4천500원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는 1만1천500원, 미국 아칸소 고시히카리는 1만6천500원, 중국 흑룡강성 합강10호는 7천500원에 불과하다.

일본은 현재 쌀시장을 완전 개방했을 뿐 아니라 관세율도 점차 낮춰 가도록 돼 있다. 한국도 3년 뒤면 쌀시장 개방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시장이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개방하면 관세로 대응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개방 않으려면 최소시장 접근(MMA)이란 형태의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양해 받게 될 수도 있을지 모르나, 한국은 이미 올해 MMA 비중이 2.5%(12만8천t)나 되고, 2004년엔 4%(20만5천t, 141만4천섬)로 늘리도록 강제돼 있다.

◇국내 쌀농사 어떻게 될까=2004년 이후 시장이 개방되면, 비록 높은 관세를 매기더라도 2010년쯤엔 국내산 쌀값이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아지고 덩달아 쌀농사 소득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박사는 전망했다.

김 박사는 특히 일본은 시장을 개방하면서 900%나 관세를 붙임으로써 충격을 완화하려 했으나 한국은 관세율을 그렇게 높일 수도 없게 지난번 UR협상 때 이미 약정돼 버린 상태임을 환기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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