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 추진을 놓고 온 나라가 다시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댐이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며 연일 백지화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고 환경단체들도 주민들과 연대, 조직적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반면 정부는 물 부족 사태로 댐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댐 건설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마찰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댐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댐 건설 계획
정부는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11년까지 한강 3개, 낙동강 7개 등 전국에 12개의 댐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달 후보지 12곳을 발표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낙동강수계 화북·감천·상옥·이안천·송리원·안의·속사댐 △한강수계 한탄강·밤성골댐 △금강수계 지천댐 △영산강·섬진강수계 평림·적성댐 등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한 뒤 9월 말까지 지역 공청회 및 댐건설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댐 건설 대상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댐 건설계획은 2011년에 △한강권역 3억700만t △낙동강권역 6억9천500만t △금강권역 1억400만t △영산강·섬진강권역 1억2천200만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 데 근거한 것이다.
정부는 모두 8조원이 투입되는 이들 댐이 완공될 경우 저수용량이 15억9천340만t 증가, 연간 12억7천930만t의 용수 공급능력을 추가 확보할 수 있고 4억300만t의 홍수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
정부는 우리나라도 오는 2006년부터는 물 부족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용수난 해결을 위해서는 댐 건설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낙동강 권역의 경우 2006년엔 8천200만t, 2011년엔 6억9천500만t이 모자랄 것으로 예측, 전국 4대강 가운데 물부족현상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댐 건설에 대략 8, 9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댐 건설 계획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부는 또 댐 건설 반대여론과 관련해 댐 주변지역 지원금을 확대하고 댐 저수지의 수질관리를 위해 댐 상류에 하수처리 시설을 설치,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수원 보호구역 이외의 지역에는 레저시설 등을 설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가 원할 경우 댐 사업을 직접 담당하도록 하되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민 반발
하지만 댐 예정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수요관리 중심의 수자원 정책을 수립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 지난달 29일 영덕군 달산면에서 주민 600여명이 모여 댐 건설 반대시위를 벌였으며 같은달 24일엔 영덕군 영덕읍내에서 군민 1천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옥댐 건설반대 범군민대회'가 개최됐다.
또 김천의 감천댐 건설에 반발하는 주민들도 26일 댐 건설 백지화 요구시위를 벌였고 화북댐이 건설될 예정인 군위군 화북면 주민들도 지난 6월 중순부터 집회를 열고 있다.
주민들은 댐 지역 수몰로 정든 고향이 없어질 뿐 아니라 안개가 자주 발생, 농사 피해도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댐 상류쪽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지역경제가 더욱 침체하고 댐 물 가운데 상당량이 인근 도시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시민단체 주장
댐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도 주민 대표들과 연계, 전국연대 조직인 '댐 반대 국민행동 준비위원회'(준비위원장 최열·이하 준비위)를 결성하고 조직적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준비위는 다음달 말쯤 '댐 반대 국민행동'을 출범시키고 각 지역별 댐 건설예정지에 대한 현지조사와 댐이 건설된 지역의 피해사례를 모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댐 건설 예정지 7곳이 몰려 있는 낙동강 유역에서는 16개 시민환경단체가 참가하는 '범영남권 댐건설 반대투쟁위'가 구성됐다.
시민단체들은 댐 건설이 공급 위주의 정책인 만큼 수요관리 체제로 전환하면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댐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도료를 올리고 물 절약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한편 노후 누수관 개선, 중수도 활용 등 물을 제대로 관리할 생각은 하지않은 채 미봉책으로 댐 숫자만 늘리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염형철 준비위 사무국장은 "한국은 지난 98년 현재 765개의 댐으로 세계 7위의 댐 보유국인데도 아직 댐이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며 "전국에 댐을 골고루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댐 반대운동을 분산시키고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염 국장은 이어 "홍수피해를 줄이기위해서는 수명이 50년에 불과한 댐 건설보다 단기적으로는 하천을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도시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며 "현재 부처별로 수행되는 물 관련 행정조직의 재편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승원 회장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댐을 헐고 있는 추세인 반면 우리는 아직 댐이 모든 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댐 건설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지역주민의 여론 수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경북지역 6개 댐 건설계획
댐이름위 치댐 높이/유역면적저수면적총저수량용수공급량길이(m)(㎢)(㎢)(백만㎥)(백만㎥/연)
감 천김천시49.2/400822.243.937.2유촌리
상 옥영덕군84/276991.945.148.2옥계리
속 사울진군118/387215.34.8197.6118.7왕피리
송리원영주시45/36050012179.7231.8금광리
이안천상주시54.5/40071.32.54241.8우산리
화 북군위군47/44587.52.943.838.3학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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