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미국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년반전에 출마를 선언했던 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40대 후반으로 훤칠한 키에 미남에다 넘치는 건강과 지성미, 그리고 뛰어난 연설솜씨는 '제2의 케네디'라는 별명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미국정계에서 사생활과 품행도 모범적인 것으로 알려져 특히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그는 각종집회에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해 연일매스콤의 단골뉴스로 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조그만 지방신문인 마이애미 헤럴드가 "하트에게 숨겨둔 여자친구가 있다"고 보도했을 때만해도 모든 사람들은 그의 인기를시샘하는 막연한 추측보도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며칠뒤 국민들은 이 신문 1면에 대문짝같이 실린 사진을 보고는 경악했다.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의 하트가 비키니 차림의 요염한 모델을 무릎위에 앉힌 모습이 아닌가. 배신감을 느낀 국민과 당원들의 분노로 그는 출마 포기를선언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전 방한했던 민주당 소속의 조이든 상원외교위원장도 비슷한 케이스.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 출신의 40대로 역시 출마를 선언한 그는 탄탄한 식견으로 레이건정부의 시정(施政)을 비판하여 제법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자신이 대학 4년간 줄곧 우등을 했다고 자랑하며 (名)연설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며칠뒤 기자들이 대학성적표를 낱낱이 공개,우등은 커녕 겨우 턱걸이 졸업을 했고 문제의 연설문은 처칠 수상의 연설문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폭로한 것이다.미국의 대통령선거는 4년마다 실시하지만 실제는 4년 내낸 '매일' 실한다고 볼 수 있다. 누구든지 대통령선거에 나설 수 있다. 개표가 끝난 다음날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4년간 계속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언했다고 후보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분야에 대한 정책 등 국가경영에관한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그런 다음 각종 이익 및 압력단체에 불려가 정책과 공약의 타당성 합리성에 대해 신랄하고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그동안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그가 걸어온 길, 즉 어렸을 때 친구들과 닭서리.참외서리를 한 것에서부터 문중, 학교 및 사생활, 건강, 탈세, 법위반, 공약불이행과거짓말한 적 여부 등을 이 잡듯이 뒤져 성실성, 청렴성, 도덕성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 모두가 소위 국민적 심사과정으로 엉터리 무자격자, 흠있는 인사들이가려져 줄줄이 퇴장하게 된다.
이어 각 당은 선거가 있는 해에 연초부터 뉴햄프셔주를 시발로 근 6개월간 주별로 예비선거를 실시 대세를 정리한 뒤 7, 8월에 전당대회를 열어후보를 지명하고 선거전에 나선다. 한마디로 훌륭한 인물을 고르는 데 있어 국민의 심사는 필수적이다.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국민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알릴 기회가 너무나 적다. 하기야 그들은 언제 "나는 이런 철학과 뜻을펴기 위해 나서겠다"고 선언한 적도 또 국가발전과 국정운영에 관한 정책 비전을 밝힌바도 없어 국민들이 그들에 관해 깊이있게 아는 것이 별로 없다.조금 있다면 여야간 정쟁(政爭)이나 당 내분때 코멘트 내지 인기발언정도이다.
물론 여야의 수뇌들은 예비후보들이 선거와 관련해 움직이면 "지금이 그런 때인가"고 가차없이 제동을 건다. 이런 과민반응은 YS때도 그랬지만 현 여당, DJ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예비후보들의 발을 묶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 촉진과 선거분위기의 조기 과열과 당 경쟁에 따른 당의혼란 등을 우려한 때문이지만 실제는 김 대통령이 장차 후보를 직접 고르거나 지명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당헌상 당원-대의원이 지명하게 돼 있는 것은, 그것이 당의 후보건 타 정당과의 공동 후보건 국민을 무시하는 "밀실결정의 행태"의 다름아니다.그런 인물을 당원과 국민에게 불쑥 내미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인 처사가 분명하다.
당 총재가 사실상 후보를 결정하거나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만으로 후보를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어디까지나 국민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보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심사하는 과정을 밟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비후보들이 자신의 모든 행적의 장단점을 낱낱이 밝히고 각 분야에 걸쳐 국가발전 국가경영에 대한 공약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 검증받게해야 된다.
이제 김 대통령은 훌륭한 자격있는 인물고르기를 통한 민주발전을 위해 서둘러 실천해야 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