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이지만…은행 기업대출 문턱 더 높아져

입력 2001-08-17 00:00:00

본격적인 저금리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은행들은 돈 빌려 줄 곳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지만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 기업들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못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나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기업 자금 조달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극심해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자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 기업들은 금융권이 앞다퉈 돈을 갖다 쓰라고권유해도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신규 차입 자제와 함께 오히려 부채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지역에서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는 화성산업이나 대구백화점의 경우 경기 악화에 대비, 현금보유량을 늘린 채 차입금은 계속 줄이고 있다.반면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대다수 지역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도 극히 어렵고 그나마 금리도 11% 이상이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LG 등의 대기업들이 6%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는 엄청난 대조를 이룬다.

현재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분야는 담보를 제공하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최소 연 12% 정도는 줘야 돈을 빌려주며 이것도극히 일부 기업에 한정된 경우여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넘치는 자금 시장하에서 빈곤을 겪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신용보증서를 갖고 가도 12.5%의 금리를 적용하더라"며 "대출금리 인하 발표는 우량 대기업에나 해당하는 속빈 강정"이라고 말했다.섬유업을 하는 최모(48)씨는 급한 운영 자금이 필요해 각 은행을 돌았지만 담보를 요구했다며 현재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섬유관련 기업은 거의 없을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상반기 대구.경북지역에서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전년말에 비해 2.1%만 상승, 지난해 같은 기간(8.4%)보다 증가비율이 크게 줄어 들었다.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가계 대출에 치중, 이 부문 증가율은 전년말 대비 15.1%,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3% 늘어났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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