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평양행사 이모저모

입력 2001-08-16 00:00:00

8·15 평양 공동행사는 첫날인 15일부터 진행형식과 향후 일정을 둘러싼 남측 추진본부와 북측 준비위 간의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 와중에 남측 대표단 가운데 일부가 당국과의 약속을 어기고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열리는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으며, 추진본부측이 "철수할 것을 고려하고있다"고 밝혀 파행위기에 빠졌다.

○…양측은 공항환영행사를 마친 뒤 오후 3시부터 고려호텔에서 실무협의를 통해 이견절충을 시도했으나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에서 공동행사를 치르자는 북측주장으로 난항을 겪었다.

북측은 기념탑 부근에 2만여명의 평양 시민들을 오전부터 대기시켜 놓고 고려호텔 앞에는 기념탑으로 향할 버스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남측 대표단에게 행사참여를 설득했다.

그러나 남측 대표단 관계자는 "3대헌장 기념탑에서의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방북한 만큼 북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곤혹스러워했다.

○…공동행사를 둘러싼 남북간의 논란은 남측 대표단 내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남측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참가 단체중 통일연대 소속 참가자들은 "북녘 동포들이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다는데 우리가 안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일연대 소속 민주노동당 최규엽 자주통일위원장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엽합 이천재 고문 등이 목소리를 높이자 수십여명에 이르는 통일연대쪽 참가자들이 버스에 올랐으며 민주노총 사람들도 '조직 결정'이라며 탑승했다.

그러나 추진본부 구성단체중 민화협과 7개 종단 회원들은 "안가기로 각서까지 써놓고 지금와서 무슨 소동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세 조직 일부 회원들은 "지도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난관을 풀어가야 한다"며 여러가지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종단측 김종수 신부와 통일연대 한충목 집행위원장, 민화협 조성우 집행위원장 등은 오후 5시30분께부터 남측 대표단 입장 조율에 들어갔다.

○…협상이 계속되자 고려호텔 로비에는 각 참가단체 소속회원들이 참여와 비참여파로 갈려 설전을 벌였으며 간간이 고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통일연대 소속 참가자들이 "같이 행동해야 하니 다같이 가서 참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남측 추진본부 지도부 내부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통일연대를 주축으로한 150여명의 남측 참가자들은 "더이상 지도부 결정을 기다릴 수 없다"며 5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6시 20분께 호텔을 떠나 3개헌장기념탑으로 향했다.

○…일부 남측 참석자들이 추진본부의 방침을 어기고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부근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 참석을 강행함에 따라 한때 남측 대표단 사이에서는 철수까지 거론되는 등 격한 논쟁이 오갔다.

소속단체가 개막식 참석을 주장한 통일연대쪽 협상대표들은 남측 추진본부 입장조율 와중에 일부 소속단체 회원들이 사전통보도 없이 기념탑 부근 개막식 행사 참석을 위해 호텔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고 당황해하기도 했다.

논의가 길어짐에 따라 개막식 참석 여부를 둘러싼 7대종단과 통일연대, 민화협세 단체의 실무회의는 사실상 이미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향후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대책회의로 바뀌었고 회의장인 고려호텔 2층 2호실 밖으로 고성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회의 도중 밖으로 나온 한 참석자는 "통일연대측 일부 참가자들이 추진본부가 남측 정부에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 또는 참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14일 저녁 추진본부가 북측에 보낸 팩스에도 남북공동행사 장소가 3대헌장기념탑 부근이 아니라는 조건을 명시했고 이에 대해 북측도 다른 이의제기 없이 대표단 방북 초청장을 보낸 것은 추진본부 입장에 사실상 동의한 것 아니냐"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북한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 준비위원회는 15일 저녁 평양시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축전 참가자들을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16일 보도했다.중앙방송에 따르면 연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겨레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합쳐 막을 올린 오늘의 통일 대축전은 민족의 통일염원과 혈육의 정이 뜨겁게 분출된 민족 대회합"이라고 평했다.

이 행사에는 김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영대최고인민의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 등 북한 당·정권기관, 사회단체 간부들이 참가했으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북과 남, 해외대표들이 초대됐다고 중앙방송은 전했다.

평양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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