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10월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 정부의 대리인인 박동선씨가 미 의원 1인당 75만~95만 달러의 뇌물을 주는 불법 로비를 했다고 폭로했다. 소위 우리나라로비 사건의 원조로 불리는 '코리아 게이트'사건이다. 당시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던 박정희 정권은 재미 실업가 로비스트 박동선씨를 내세워 로비 활동을 벌였는데 워싱턴 포스트가 이를 폭로함에 따라 미 의회, 법무부 등 5개기관이 조사에 나서는 등 큰 파문을 빚었다. 박씨를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로 한미간에 심각한 외교적 마찰이 생겼다. 한국 정부는 박씨를 송환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박씨는 사면받는 조건으로 미의회에서 로비 활동 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아직 이 사건은 전모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씨는 "한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중정요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자문하는정도의 관계였다"고 주장했지만 여러 정황과 미의회 문서등을 종합해 볼 때 한국정부를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 사건 여파로 로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로비 활동이 보장돼 있다. 사전적 의미로 로비는 미의회의원외단(院外團)으로 의회의 로비에 출입하면서 의원에게 진정, 탄원하는 압력단체. 이미 1946년에 법률로 공인됐다. 로비스트는 국회의 대기실에서 활약하는사람이란 뜻으로 정당이나 의회와 원외단체간을 중개하는 사람이다. 미국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공식 미 법무부 등록 로비스트는 개인및 회사를 통틀어 1만개에 이르고 이중 외국이 고용한 개인이나 법률회사는 2천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재미교포인 데이비드 장(57)씨의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에 대한 불법 선거자금지원과 실패한 대한생명 인수로비까지 겹쳐 로비에 대한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세계 각국의 미국에 대한 공식적인 로비는 치열하고 그만큼 중요하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2000년 외국인 연례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로비 및 정보수집, 홍보활동비 등으로 일본,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2000년 한해에 1천394만달러(약 23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면서도 집중성.전문성면에서는 거의 빵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구체적인 활동을 벌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막연하고도 포괄적인 활동에 거의 전액을 소진하는 등 비효율성이 엄청나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거액의 공금 낭비는 국내에서만 아니고 외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성의 확보가 한국을 살리는 길임이 분명한데 '한국호'는 도처에서 비틀거리고 있으니 한숨만 절로 나온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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