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봄 찾기 지금 우리의 몫
제 56주년 광복절에 상화 탄생 1백주년 기념 '봄은 왔는가'를 끝마치려 한다. 지난 5월부터 시작, 11회에 걸친 상화 특집을 마무리하면서 두가지 상념에 젖는다. 하나는 빼앗겼다가 되찾은 우리 땅에서 이미 반백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갔건만 진정 우리 삶에 봄은 왔는가라는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한 거시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상화 1백주년 기념사업이 대구에 남긴 성과는 무엇인가라는 지역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왜곡을 일삼고, 총리가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참배할 정도로 우경화되면서 아시아를 깔아뭉개고 유럽화(脫亞入歐)를 동경하는'21세기식 일본 야욕'에 온나라가 휘둘리는 상황을 지하에서 지켜보는 상화의 심경은 어떠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피압박 민족은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던 상화식 힘의 논리나 나라잃은 민족의 울분을 저항시로 남긴 상화의 문화적 투쟁을오늘날 해법으로 재해석, 힘들어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의 저력이나 지역의 경쟁력이나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역사적인 공간, 지역혼이 서려있는 작품, 정신을 이끌어줄 인물에 대한 발굴, 보존, 홍보작업에 나서는 것이 바로 민족재무장운동이요 빼앗긴 봄을 진정으로 되찾는 일이다.
물론 상화기념사업이 전부라는 얘기는 결단코 아니다. 상화는 문화가 그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대구가 문화도시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대구의 문화적 저력을 가늠하는 상징성을 지닐 뿐이다.
상화 탄생 1백주년을 맞은 올해, 그래도 상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고택과 유품이 꽤 남아있으니 어느정도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화기념관부터 건립해나가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도 상화기념관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구시가 상화기념관을 건립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유력 재산가들인유족들이 있으며, 고택을 고스란히 지켜오고 있는 이름없는 시민도 있다. 또 대구시민들의 상화 사랑도 적지 않다.
매일신문사를 비롯하여 죽순문학회, 대구문인협회, 대구MBC 등에서 상화 탄생 1백주년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자료를 발굴하고, 상화의 흔적이 머문갖가지 자료들을 발굴해내었다. 죽순문학회 윤장근회장은 상화가 공부했던 일본 동경의 외국어전문학원 '아테네 프랑스'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일본의 오랜 지인이자 문인인 中原道夫에게편지를 보내서 자료를 요청, 결국 1920년대 아테네 프랑스의 전경사진을 입수했다. 자비를 써가며 유품을 모으고, 자료를 발굴해낸 이들도 적지않다. 상화가쓴 대구행진곡에 나오는 유원지 '도수원' 준설공사시 현장감독 강신진옹(84)은 기억을 되살려 해방 전후 도수원 일대의 지형도를 그려주었으며, 상화고택 추적에중구청 관계자들의 협조도 컸다.
이런 마음들이 가득한데도 상화기념관 문제는 한걸음도 진전이 되지를 않는다. 상화 고택 매입자금 3억1천만원에서 시가 확보한 예산 1억6천만원을뺀 나머지 1억5천만원을 만들지 못해서이다. 며칠전 경남도가 조성하고 있는 청마 유치환의 생가 규모를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추진력이 부러웠고, 지난 7월에 개관한 노작 홍사용 기념관(경기도)을 보면서 노작 일족의 조건없는 기부가 한없이 고마웠다. 그러나 상화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서 상화 기념관을 건립해야한다는 기획취재팀의 뜻은 그냥 일차적인 목표일 뿐이다. 상화 기념관 건립에 성공해야 고월 이장희, 빙허 현진건, 오세도, 이설주, 박태원 기념관을 세울 수 있는 희망이 되살아나고, 지역문화를 아끼고 보듬는 역사정신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래야 지역의경쟁력도 나라의 힘도 쑥쑥 자란다. 자부심이 없는 지역민이나 민족이 세계사의 거센 흐름을 어떻게 이겨나가겠는가.
상화 기념관 건립부터 시작해서, 지역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들이 살아숨쉬는 대구를 만들어야 진정한 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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