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 원로들로 구성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이 성명을 내고 우리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우려한 것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학자, 종교인, 변호사, 기업인 등 115명의 각계 원로들은 14일 "오늘 우리는 불신과 반목속에서 흔들리는 나라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상을 조목조목 적시한 것은 평가받을만하다.
원로들은 성명을 통해 "문명의 대 전환기인 이 시점에 앞서가는 나라들이 새것을 찾아 치열한 경쟁의 길을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옛 역사의 낡은 장부를 뒤적이면서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는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살벌한 풍경"이라고 사회현실을 따갑게 나무랐다.
우리는 이러한 지적이 화합보다 대립과 국론분열로 치닫고 있는 정치현실에 대한 충언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원로들은 또 정치인들에게 남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권력에서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는 권력'으로 의식 전환을 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대립과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 수 없다고 따갑게 고언(苦言)을 한 것도 괄목할만하다. 여야는 이러한 원로들의 사심없는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원로들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서도 남의 생각과 주장이 들어설 자리를 비워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마음으로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또한 흑백논리가 판을 치는 사회 현실을 정확히 인식한 충고로 이해된다.
원로들이 또 지식인들에게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위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적절했다고 본다.
경제인들에게는 올바른 돈의 철학을 깨닫고 보람있는 삶을 살기를 요구했고, 보통사람에게는 나와 내것만 챙기는 소아(小我)를 벗어던지고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요구한 것도 지금처럼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실로 미뤄 관심을 끄는 대목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이번 원로들의 성명은 언론 문제라든지 사사건건 정쟁만 일삼은 정치행태 등 현실 문제에 대한 평가보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으로 현실을 다룬 듯한 인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열돼 가고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해 각계 원로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걱정하고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고 본다. 광복 56주년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 원로들이 지적했듯이 '반칙사회의 수렁속에서 더럽혀진 우리자신의 몸을 깨끗이 씻고 화합하여 21세기의 국제경쟁시대를 이겨냈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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