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개발 '공염불'

입력 2001-08-13 12:25:00

정부가 소외 지역을 개발하겠다며 경북 북부지역을 '개발 촉진지구'로 지정해 놓고는 자금 지원은 않아 지정 6년이 지나도록 개발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총 152개 사업 중 일부는 아직 계획조차 못세우고, 지금까지 완공된 사업은 겨우 19개에 불과하다.

매일신문 취재팀이 현장 시.군청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북부 개촉지구 사업에는 예정대로라면 올해까지 모두 2조7천73억원이 들어 가야 하지만, 실제 들어간 돈은 13.6%인 3천677억원에 지나지 않고 있다. 안동시청 김현승(45) 기획담당은 "작년엔 국비 지원액이 계획의 5%에도 못미쳤고 올해는 아예 중단돼 정부 지원 아래 사업이 계속될지조차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영양 경우 11개 사업에 1천억원을 투입토록 계획됐지만, 현재까지 사업을 시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안동호 주변지구엔 작년부터 5년간 1조565억원을 들여 14개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지정 2년을 넘기고도 실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예천에선 국비 지원이 안되자 우래 자연휴양림(53억원) 건설을 민자만으로 마무리 했다. 봉화 석천 사적공원(27억원) 계획도 청량산 내의 사료관 및 역사유물 전시관 건립으로 바뀌었고 사미정 휴양단지(30억원) 건설 계획 역시 생태공원 쪽으로 변경됐다.

민자 유입의 기초적 투자인 도로 건설조차 막혀, 예천 황지∼오암 사이 도로(55억원)는 4억원을 들여 건설 부지만 샀고, 의성 옥산∼현서, 사곡∼옥산, 빙계∼가음, 구천∼도개(구미), 영주 부석∼부석사, 봉현∼예천 사이 도로는 설계만 해 둔 상태. 문경 구랑~진남 사이 도로(3.6km)는 자금의 찔끔 공급 때문에 작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문경 지역간도로(15.6km)는 착공 6년이 지나도록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문경 경우 종합휴양단지, 이화령 휴식단지 등 건설에 무려 1조2천117억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토록 했으나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재원을 토초세 및 개발부담금에서 마련토록 한 법규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초세는 1999년 위헌인 것으로 판결 났었다.

사회2부

경북 북부 지역민들은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고 싶은 심정이다. 늘 개발에서 소외돼 오던 차에 '개발 촉진 지구'라 지정까지 해 희망 부풀도록 만들어 놓고는 개발 자금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밋빛 구상 = 건교부는 이의근 경북지사의 건의를 받아 들여 1996년부터 북부 11개 시군 1천821㎢를 개촉 대상지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5개권역으로 나눠 연차적으로 개발하되, 전체적으로는 2005년까지 4조6천821억원(국비 9천27억원, 지방비 5천69억원, 민자 3조2천735억원)을 투입한다는 것.

이를 위해 세금 감면, 금융 지원 등은 물론 민간 사업자에게까지 토지수용권을 부여키로 함으로써, 북부 주민들은 "이제 지역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려나?" 기대를 부풀렸다.

실제 1996년엔 소백산 주변지구(봉화.예천.문경), 97년엔 산악휴양형 지구(영주.영양), 99년엔 중서부 평야지구(상주.의성), 2000년엔 안동호 주변지구(안동.청송) 개발계획이 승인됐다. 그러다 1997년 말 발생한 IMF사태로 98년에는 지정이 없었고, 동해 연안지구(영덕.울진)는 올해 계획을 수립해 지정 신청할 예정이다.

지구별로 지정 일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개발 기간을 각 5년씩으로 잡았으며, 단 소백산 주변지구만 1996~2003년 사이 8년으로 했다.

◇어떻게 돼 있을까? = 예정대로라면 올해까지 모두 2조7천73억원이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 들어간 돈은 13.6%인 3천677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는 자금이 전혀 지원되지 않은 시.군도 있고 내년에는 재원 확보가 더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양 경우 11개 계획 사업 중 사업을 시작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수비면 본신관광지, 본동 관광농원, 수하 사슴 관광농원, 죽파 임산물 가공단지, 계리 먹는 샘물 개발 사업 등이 거품될 위기에 있는 것.

안동호 주변지구엔 유통단지(2천553억원), 영상문화 마을(380억원), 임하댐 관광지(935억원), 낙동강 환경문화센터(426억원) 등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계획도 못세우고 있고, 예천 미호 위락휴양단지 건설(30억원) 등도 5년 넘도록 손도 못대고 있다. 특히 전액 국비로 만들어야 하는 도로 등 기반시설은 국가가 돈을 주지 않음으로써 완전히 막히다시피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 상황이 나빠진 뒤, 이 지사의 주요 치적으로 나열되던 개촉지구 사업은 선거 때마다 다시 공약으로 내걸려야 하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까? 영양군청 관계자는 "기반시설 사업비가 특별회계에서 지출되도록 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토지관리 및 지역 균형개발 특별 회계법'에 근거해 '토지 초과소유 부담금' '개발 부담금' 등으로 걷히는 돈만 여기에 쓰도록 했다는 것.

그러나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초세는 1999년 4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 나버렸다. 더우기 IMF사태 이후 개촉지구 자금 투입 순위조차 뒤밀렸다. 반면 정부의 관심은 낮아져 1999년 이후엔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그러나 이런 사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이라고 모두들 지적하고 있다.

◇남은 문제들 = 이때문에 개촉지구 사업이 제대로 되게 하려면 자금 염출원부터 일반회계로 바꿔 양여금.교부세 등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또 봉화군청 유우태 경영개발 담당은 "돈도 돈이지만 개별법에 따라 계획이 자주 변경돼 또 문제"라고 했다.

이런 한편에서 각 시청.군청의 잘못도 잇따라 지적되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라 싶었던지 자체 부담 재원도 제대로 마련할 힘이 없으면서 사업을 마구 기획하고, 민자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게 잡음으로써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개발비의 70%를 민자에 의존토록 하고 있으며, 안동호 주변지구 개발 경우 심지어 총 사업비 1조565억원의 87%를 민자에 디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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