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지역기업들-(9)풍국면

입력 2001-08-09 14:42:00

"부드러운 면발과 졸깃졸깃함이 풍국면의 특징입니다". 22년 역사를 가진 대구시 북구 노원3가 (주)풍국면(053-356-4461)의 최익진(39) 기획실장 대표이사는 "풍국면은 어디에 내놔도 맛과 품질면에서 으뜸"이라고 자랑한다.

대구.경북지역민들, 특히 보릿고개를 겪은 노년층들에겐 아주 친숙한 이름인 풍국면. 지난 1933년 환길제면으로 출발, 79년 법인으로 전환한 후 국수를 상품화하고 판매망을 넓혀 현재까지 그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1970, 1980년대까지만 해도 농협을 통한 이동판매 및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방문판매에 주력 했으나 인건비 상승과 농촌 노인인구 급증 등으로 판매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국내 국수업계 최초로 종이포장지를 위생적인 비닐포장으로 바꾸고 고품질의 전분을 사용한 고급밀가루로 '다복면'을 개발하는 등 풍국면은 일찌감치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IMF 직후 밀가루 수급난으로 고품질의 밀가루가 달리자 아예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한 것은 거래처 및 소비자들로부터 얻은 신뢰를 지키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990년대 접어들어 전국에서 국수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가 30여개로 늘어나 가격경쟁을 펼치는 틈을 타 풍국면은 그야말로 '맛있는 국수'만을 고집하며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백화점과 할인점의 PB(자체브랜드)상품 생산 및 공급 등으로 새로운 시장개척에 눈을 돌렸다.

결과 IMF체제에 접어든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20%의 매출신장을 이끌어냈으며 구조조정보다는 신규인력 확충으로 새로운 활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비타민B2가 다량 함유된 노란색 국수를 생산, 국수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풍국면은 녹차국수, 뽕잎국수, 오미자국수 등 양질의 기능성 국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생산 품목도 다양화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냉면류와 가래떡, 납작만두 등을 또 다른 주력상품으로 키워가고 있는 풍국면은 '베트남쌀국수'를 생산,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각오다. 현재 상당량을 소비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거대 중국시장에도 진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점을 늘 강조하는 풍국면은 지역 국수제조업체의 터줏대감답게 20년 이상 근속직원 20여명을 두고 연간 4천500만명이 6끼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의 국수를 생산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함이 아닌 기획실장 직함을 명함에 새겨 각계 각층을 만나고 있는 최 사장은 "국내 전체 국수 생산량의 20~30%가 대구.경북에서 소비될 정도로 지역 사람들이 국수를 즐긴다"고 귀띔한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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