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개발 비리의혹

입력 2001-08-07 00:00:00

인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공항공사가 지난달 31일 유휴지 122만평에 대한 16년간의 토지사용료를 325억원(추후 재평가 단계에서 307억원 추가 제시)을 써낸 (주)원익컨소시엄이 1천729억원을 제시한 에어포트72(주)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비롯됐다.

공항공사가 위임한 사내·외 인사 11명이 지난달 10일 18개 평가항목을 놓고 각분야에 따라 점수를 매긴 결과, (주)원익 컨소시엄이 건설계획과 관리운영계획 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1천점 만점에 845.1점을 얻어 807.4점을 얻은 에어포트72(주)를 앞섰다는 것.

토지사용료 부분은 전체 점수 1천점의 10%인 100점밖에 안돼 순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강동석 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3일 이상호 전 개발사업단장이 평가기준을 마련하면서 수익성 부문에 대한 배점을 낮게 잡는 바람에 '공사의이익을 최대의 목표로 해야 하는 임원으로서 배임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며 실무 부서장인 양모 팀장과 함께 보직해임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단장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라는 강 사장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뤄진 부당한 인사라고 주장하고있다.이 전 단장은 강 사장의 지시에도 불구, 지난 3월 투자자 모집공고를 내보내면서 평가 배점도 함께 공개했기 때문에 배점을 변경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원익 컨소시엄은 이후 지난달 16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친 재평가에서 수위를 유지,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공표됐다.공항공사는 발표 결과가 외부로 알려지자 토지사용료를 적게 써낸 (주)원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시비에 시달렸다.

여기에 이 전 단장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강 사장이 개입, 평가 전날과 당일에 '배점을 변경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폭로하자 유휴지 사업자 선정을둘러싼 의혹은 좌충우돌식으로 확산되어 갔다.

강 사장은 사태가 불거지자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 "공사 수익 증대 차원에서 사업능력만 있다면 수익성이 높은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배점을 변경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있다"고 시인했지만 "이 전 단장에 대한 보직해임조치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이 전 단장이 6개 응모업체중 1개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기간을 3개월 늘려 제시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결격처리했으면서도 (주)원익 컨소시엄에 대해서는상대적으로 관대히 처리하는 등 무원칙한 처사를 했을뿐 아니라 사업제안서 평가도 14일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도 하루만에 종결지어 버리는 등졸속처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단장도 이날 기자실을 찾아와 "유휴지가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6년밖에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배점기준을 마련할 당시만해도투자자가 선뜻 나설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더욱이 국제업무지역내 호텔과 쇼핑몰 유치사업이 잇따라 중도하차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휴지 개발에 있어서 사업수행능력에 점수가 높게 배정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단장은 또 "(주)원익에 대해 관대한 처사를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평가작업도 평가단 소집이 어려워 하루안에 끝내도록 계획이 돼있었다"고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여야는 7일 인천공항공사가 추진중인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일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이번 의혹사건을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 청와대 국중호 국장과 김홍일(金弘一) 의원 보좌관이 강동석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이상호 전개발사업단장에게 전화를 건 경위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회의 진상조사를 촉구한 반면 민주당은 문제의 '에어포트 72' 컨소시엄이 지난달 1차 선정과정에서탈락한 점을 들어 근거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통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나라 곳곳이 다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오늘 건교위 소집을 요구하되 여당이 불응하면 야당 단독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 정권말기의 각종 이권사업에 권력자들이 개입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현정권의 대표적인 권력 이권개입 의혹사건'으로 규정, "김홍일 의원의 처남 윤흥렬씨가 대표로 있는 스포츠서울 21이 대주주인 '에어포트 72' 컨소시엄을 봐주기 위한 압력행사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특정업체를 언급하며 청탁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국모 국장은 지난 92~98년 동교동계 실세 김옥두(金玉斗) 의원의 보좌관이었다"며'권력형 비리'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당4역회의에서 "에어포트 72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이번사안은 정치권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고 실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관계당국에서 조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토지사용료로 325억원을 제시한 (주)원익이 이보다 훨씬 많은 1천729억원을 제시한 에어포트 72를 누르고 선정됐다는 점"이라며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며 언론보도에 대통령 친인척의 보좌관과 청와대 국장이 거론되고 있는만큼 관계당국에서 의혹이 있으면 조사하고 수사할 부분이 있으면 수사해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근거없이 의혹 부풀리기에 나서고 정부여당을 터무니없이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자제해야 한다"며 "김의원은 어제 당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어와 '에어포트 72' 컨소시엄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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