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컵의 주인은 대회 막바지인 4라운드 17번과 18번홀에서 가려졌다.
12번홀(파4) 버디로 9언더파를 만들며 카트리오나 매튜(영국)와 공동선두를 달리던 박세리는 17번홀(파4)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17번홀은 1~3라운드 동안 박세리가 파2개와 보기 1개로 신통치 않은 기록을 냈던 홀.
박세리가 휘두른 드라이버샷은 창공을 가르며 무려 304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 한 가운데 사뿐히 내려 앉았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박세리가 평소 가장 자신있어 하는 96야드. 웨지로 친 세컨드 샷은 깃대를 지나 떨어졌지만 강력한 백스핀이 걸리면서 홀 1m 옆에 붙었다.가볍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박세리는 이틀동안 선두를 지키던 매튜를 1타차로 밀어내고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우승의 실마리를 잡은 박세리는 18번홀(파4)에서도 과감한 승부를 걸었다.
티샷이 약간 밀리면서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져 파세이브마저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박세리가 7번 아이언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던 나무를 넘겨 친 세컨드 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지더니 굴러 홀 1.2m 옆에 멈춰섰다.
'프로들도 가장 무서워 한다'는 1.2m 버디 퍼트를 박세리는 기어코 홀안으로 떨궜다. 17번과 18번홀에서 지난 3일동안 단 1개의 버디도 잡아내지 못했던 박세리는 꼭 필요할 때 거푸 버디를 낚은 것이다.
추격해오던 김미현과 매튜를 2차타로 따돌린 박세리는 클럽하우스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다 18번홀에서 매튜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벗어나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어머니 김정숙씨와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박세리와 1타차로 좁혀 들어왔다가 15번홀(파3) 보기로 주춤한 매튜에게도 마지막 찬스는 역시 17번홀이었다. 매튜는 2번째 샷을 홀 3m 거리에 올려 회심의 버디 사냥을 시도했지만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비켜가고 말았다.
결국 매튜는 18번홀에서 세컨드샷을 곧바로 홀에 집어넣는 이글이 아니면 연장조차 나갈 수 없게 됐으며 그나마 그린을 놓치면서 2위 자리마저 김미현에게 빼앗겼다.
펄신(34)은 5언더파 67타를 치며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1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고 박희정과 이지희는 나란히 2언더파 286타로 공동2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은과 한희원은 공동 32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슈퍼 그랜드슬램달성을 노리던 웹은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15위에 그쳤고 소렌스탐은 1언더파 287타로 공동32위로 처졌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