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지 만 3년 8개월. 지하철 시대가 열리면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주변 상권도 부활하리라던 것이 당초 기대. 그러나 개통 3년을 넘긴 지하철은 여전히 하루 수천만원의 적자를 내는 애물덩어리다. 하루종일 텅빈 객차가 대부분이고, 이용하는 시민의식도 낙제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활기를 잃은 지하철은 자연 상권도 위축시켜버렸다.
△텅빈 객차
퇴근시간대인 2일 오후 7시 30분쯤 동대구역 승강장. 의자에 몸을 맡긴채 잠을 청하는 직장인,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느라 고개를 숙인 학생, 텅빈 객차안은 썰렁할 정도다. 푸시맨이 등장하는 서울 지하철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다음날 오전 6시40분 지하철 1호선 명덕역. 지하철은 가방을 둘러맨 중고생과 채소 등 짐 꾸러미를 머리에 인 할머니들 몫이다. 아침 출근시간초임을 감안하면 객차는 여전히 텅비어 있다. 지하철 공사 관계자는 "출근시간의 경우 오전 8시 전후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 반월당역에서 한바탕 하차소동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전 늦은 시간에서 오후로 접어들면 지하철은 적막감까지 감돌 정도다.
△죽어버린 상권
3일 오전 6시 50분쯤 지하철 명덕역 신문가판대. 개점 준비가 한창이지만 가판대를 기웃거리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지하철역엔 상점도 손님도 손에 꼽을 정도. 꽃가게, 도넛 가게와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잡화, 신용카드 가판이 전부다. 지하철 1호선엔 8개의 꽃방이 있지만 수입이 적어 대부분 개점 휴업상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가판대 주인들은 '상인, 성당, 진천역 등 수입이 비교적 괜찮은 곳도 하루 7천~8천, 대부분 신문가판대는 하루 천원 벌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하철 역사엔 광고 전광판을 찾아보기 힘들고, 임대를 기다리는 사무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민의식
2일 오후 8시 동대구역 승강장 쓰레기 분리수거함엔 병·캔, 종이, 일반 쓰레기, 심지어 음식물쓰레기까지 뒤섞인채 버려져 있었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쯤 동촌역 부근 지하철 안. 10대로 보이는 여자 승객 5명이 오징어, 땅콩 등을 안주삼아 버젓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장애인, 노약자 좌석은 당연 일반인 차지. 객차에는 분명 장애인·노약자용이란 문구가 뚜렷했지만 누구도 이를 의식하지는 않는듯했다. 지체장애인인 김모(55·여·남구 대명동)씨가 2일 오후 3시20분쯤 현충로역에서 힘겹게 다리를 끌며 지하철을 탔지만 장애인석에는 30대 부부와 어린 두딸은 아무렇지도 않게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3일 오전 9시20분 아양교 역 부근 지하철 안의 경우 20대 여자 승객이 신발을 신은채 지하철 좌석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신기역 화장실에 붙어 있는 시사 상식, 격언 등은 훼손돼 있거나 종이가 빠져 있었다. 중앙로역에 설치된 건강관리코너의 비만측정기도 고장난채 방치돼 있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