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소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

입력 2001-08-04 12:11:00

한국 고대 소설사를 체계적으로 연구,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책이 출간됐다.

김광순 경북대교수가 펴낸 '한국고소설사'는 한국 고소설의 기원을 '금오신화'로 잡은 그동안의 고소설 연구 관점에서 탈피한 것이 가장 큰 특징.

'한국고소설사'에서는 '금오신화'에서부터 500여년 거슬러 올라가 9세기~10세기 신라말, 고려초의 중세초기를 한국 고소설의 사적 전개 출발점으로 잡고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전(調信傳)'을 비롯, '김현감호(金現感虎)', '최치원(崔致遠)' 등의 작품이 현실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작가의 창의성, 허구적인 아야기 등 소설 형태를 갖추고 있어 중세초기의 소설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소설의 개념, 고소설 용어 정립, 유학자의 소설관, 고소설 유형론, 고소설의 특징을 논한 뒤 중세초기, 중세중기, 중세말기,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기, 근대초기, 근대중기 등 6시기로 나누어 시기별 소설의 변모양상을 통해 고소설의 사적 궤도를 추적하고 있다.

또 '금오신화', '홍길동전', '구운몽', '춘향전'에 대해서는 연구사와 연구경향별 검토를 통해 학계의 쟁점이무엇인가를 밝혔고 문제가 되고 있는 작품도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수록했다.

이와함께 창작 연대가 미상인 고소설 대부분을 75년 내지 300여년의 간격을 설정, 각 시기별 소설의 양상을 논의함으로써 1천여편 고소설의 사적 변모양상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고소설사 연구는 1933년 김태준의 '조선소설사'에서 처음 시도 되었으나 저자가 장치사상범으로 연루되면서 '조선소설사'가 금서로 분류, 학계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후 많은 고소설 전공자가 배출되었으나 개별 작품연구에만 주력했을 뿐 '조선소설사'를 뛰어 넘는 제대로 된 고소설사 단행본을 출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국고소설사' 출간은 한국 고대 소설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우중호 명지대 총장은 "고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한편 한국 고소설의 기원을 새로 설정한 것은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학자료원 펴냄, 470쪽, 2만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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