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봉사단 첫주 수업모습

입력 2001-08-03 15:40:00

매일신문 학습봉사단의 수업 열기가 무더위를 누르고 있다. 오늘(3일)로 4일째. 예정한 3주 가운데 첫 주가 끝나는 셈이다.

교단 경력 30년 이상의 교사들은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빛을 보며 '모처럼의 흥분'에 휩싸인다고 했다.교실붕괴의 전조처럼 학교마다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지는 이미 오래된 일. 꾸벅꾸벅 졸거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선이 멍하거나, 딴 짓에 한눈을 파는 학생들의 모습이 차라리 익숙할 정도라는 게 교사들의 고백이었다.

이런 씁쓸한 장면을 끝으로 학교를 떠났던 학습봉사단 교사들에게 이번 강의는 오랫동안 잊었던 '가르치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 수업에참가하라고 강요하는 일도, 빼먹었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는 교실. 강의 며칠이 지나며 결석하는 학생이 하나 둘 늘고 있지만 불볕 더위를 뚫고 스스로 찾아오는 학생들만 모인 만큼 수업 분위기는 더없이 진지하다.

교사들에겐 수업 열심히 듣는 학생이 첫 손가락에 꼽히게 마련. 3기째 계속 참가하고 있는 정경수 교사는 "학생들 모두 눈망울이 초롱초롱해 귀여워 죽겠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수업을 맡은 변석반 교사는 "학생들이 놀랍다"고 칭찬 일색. 퇴직 후에도 기간제로 학교 수업을 나가고 있지만 이만큼 진지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며 대견해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스스로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박희무 단장은 "방학이라 가족이나 모임, 종교단체 등에서 여행을 가고, 수련회를 가고 하느라학생들이 줄어들기도 하겠지만 단 한 명이 와도 수업에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주위의 크고 작은 도움과 격려도 봉사단에 활력을 주고 있다. 교사들은 불편을 무릅쓰고 기꺼이 교실을 내준 시지고와 성서고 측에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신설 학교라 깨끗한데다 냉방도 괜찮은 편. 무엇보다 통학 거리가 가까워 더운 날씨에 학생들이 땀을 덜 흘려도 된 게 좋다고들 했다.

학생들의 교재와 운영 전반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대구대 관계자들도 보람 있는 후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보비서실장 홍덕률 교수는 "방학중인데도 교사와 학생들이 한결같이 열심이라니 요즘같은 교육 위기 시대에 너무나 듣기 좋은 얘기"라고 했다.

강의는 화~금요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고 있다. 오전에 학교 특기.적성 교육이나 자율학습에 갔다가 오후에 봉사단 수업을 3시간 듣기는학생들로서도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는 쉽지 않은 일. 학생들은 "나른하기도 하고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도 매일 생긴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스스로 참가하는 공부'가 괴로운 일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봉사'라고 하지만 원로 교사들에게 매일 오후 두시간씩, 그것도 정성을 쏟아 수업을 하는 일이 수월치 않을 터. 그래도 교사들은 강의 끝난 후교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정리하는 뒷일까지 맡고 나서는 성의를 보였다.

연일 30℃를 훌쩍 넘는 더위, 기록적으로 이어지는 열대야, 게릴라성 집중호우, 모든 일들이 평온하게 흐르지 않는 이 여름에, 학습봉사단은 떠들썩하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는 2주째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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