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대책 부심

입력 2001-08-03 00:00:00

여야는 2일 지난 7월의 수출실적이 사상 최악의 감소추세를 보이는 등 미.일의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경기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민주당=대권 경쟁과 대야 비난전에 몰두하던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했다. 수출이 5개월째 내리막을 그리는 상황에서 더이상 정쟁에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자성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그동안 여당은 여당답지 않게 소모적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문제가 불거질 때면 미.일의 경기침체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며 남탓으로만 일관했다. 야당 정책위의장이 현정부 경제정책을 빗대 "의사대신 정육점 아저씨가 심장수술을 한 것 같다"고 한 '뼈아픈 지적'을 정쟁으로만 몰아부쳤다. 하지만 수출감소가 구체적 수치로 제시되고 여당에 대한 무한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이만섭 국회의장은 "여야 정치권이 민생현안은 뒷전으로 미룬채 이성을 잃고 극한적인 험담만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

2일 최고위원회의는 자성의 소리가 줄을 이었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그동안 야당과 이전투구해온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자성을 강조했다. 그는 "야당이 비록 공격을 해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화난다고 화만 내서는 정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3일 당4역회의에서 경제회생을 위한 당정회의를 다음주 중으로 개최키로 했다. 6일에는 진념 경제부총리와 장재식 산자부 장관, 황두연 외교통상교섭본부장을 참여시켜 현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협의키로 했다. 또 8, 9일 청와대에서 있을 김중권 대표의 청와대 주례보고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심도있는 경제회생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당의 정쟁중단과 민생정치로의 전환이 어느 정도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수차례의 정쟁중단 선언이 유야무야되는 악순환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권예비주자들간의 경쟁심리가 여전해 언제 어디서 돌출변수가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당이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느냐 여부는 대야 공세 수위조절과 당내 교통정리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수출급감과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물가인상 등 경제에 비상이걸렸다며 특단의 경제위기 극복대책 마련을 정부여당에 거듭 촉구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수출은 격감하고 물가는 오르고, 기업의 재투자가 없는 반면 실업자는 늘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경제공황이 올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데도 여당은 야당 공격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이 정부 출범후 화려한 슬로건은 있었지만 체질개선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실행에는 문제가 많았다"며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구조조정 가속화를 통한 부실기업 조속정리 △재정팽창보다 금융정책 주력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현 국제적 불황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에서 출발했다"며 "그 과정에서 도산과 실업발생이라는 고통이 있겠지만 전통산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과감하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시중에 돈이 많이 있어도 소비나 투자자금으로 가기보다는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추경편성 등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은 한계가 있는 만큼 비과세 상품이나 주식과 부동산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이들 자금을 금융권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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