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KBS 2TV '뮤직뱅크'가 가요순위 프로를 없애고 시청자들의 신청곡이나 각종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쇼로 바뀐고 한다. TV프로그램에서 가장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유행에 민감한 장르는 쇼. 그만큼 흥행에 민감하고 이벤트적이다. '어떻게 해야, 누구를 출연시켜야, 무엇을 보여줘야 인기를 얻고 재미를 줄까?' 꿈에서도 생각하는 쇼 PD의 화두. 하지만 과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출연이 곧 히트요 성공이던 시절, 한 시대를 풍미한 숱한인기가수들의 명멸을 주도했다고 할만큼 쇼가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PD는 가요계의 판관이 되어 대중문화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다. '서울의 달'주제곡인 '서울 이곳은'등 2곡을 연이어 크게히트시켰지만 인기가수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던 지역출신 가수 장철웅은 '그 당시 매니저가 없어서 쇼에 출연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음반판매량도 저조했다'며 방송가요 쇼의 위력을 실감했단다.
그러나 지금의 쇼는 공급자 선택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 시장으로 그 입지가 현격하게 좁혀졌다. 연예제작사의 대형화, 음반매체의 성장, 더욱 복잡해진음악 장르, 라이브 무대 탓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TV라는 연못에서 자라 대어가 된 가수가 일년에 한 두번 부탁을 해야 연못에 출연할 정도로 힘의 관계가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케이블TV업계가 주요 시간대에 어린이를 공략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온 힘을 쏟는 이유는 아이의 구매력을 겨냥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부모의 소비성향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 우리나라의 10대 또한 음반시장의 70%에 해당하는 구매력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성인들이 소비하는각종 대중문화시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성세대가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혹은 '10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어설픈 구실로 10대 문화에 적극 호응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방송사가 9% 내외의 낮은 시청률인 순위 프로를 고수하는 이유가 10대를 방송의 영향권아래 두기 위해서, 혹은 연예제작자와 가수에게 파시즘에 가까운 힘을 계속해서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신인가수의 등용문. 특히 군소업체에서음반을 소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공정성이든, 10대 팬들의 과열반응이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바르게 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없앤다는 건 또 다른 것을 잃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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