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막말 정치판

입력 2001-08-02 14:43:00

여야 정치권이 상대 당의 총재와 대표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물난리와 찜통더위에 시름 잘 날 없는 국민들을 더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 벌써부터 이 지경인데 막상 1년 4개월여 남은 대통령 선거라도 임박하면 악담과 저주에 가까운 막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를게 분명하다.

이처럼 여야 모두가 날만 새면 상대방을 향해 비수를 꽂으려고 혈안이 돼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다보니 국민들은 정치라면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여야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그야말로 헛구호요, 거짓선전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출이 사상 최악의 감소율을 보이며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예고되는 데도 정치권 어느 한 구석에서도 걱정의 목소리는 없다. 다만 상대 정당 죽이기만 있을 뿐이다.

여야 공방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당은 야당 총재 일가를 향해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친일 혐의를 덮어 씌웠고 급기야는 야당을 향해 조직폭력배의 이름을 딴 '막가파'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친일 공방은 이미 97년 대선 때 이미 한 번 나왔던 이야기로 그 때도 근거 없는 주장만 난무했을 뿐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여당의 주장은 흠집내기로 비쳐질 뿐이다.

야당도 대통령인 여당 총재를 친일의 수준을 넘어서는 존일(尊日)파로 몰아세웠고 여당 사람들을 모두 '협잡꾼'으로, 정치행태를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 매도했다. 이 역시 억지에 가깝다.

그렇다면 여야의 주장을 모두 거짓이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우리 국민들은 존일파 대통령에다 친일파 집안 출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함께 갖고 있고 막가파와 협잡꾼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기는 형국이 돼버린다. 얼마나 기막히고 또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치란 상대가 잘못돼야 내가 잘 되는 법"이라는 심보 때문인지, 근거가 있든 없든 가리지 않고 일단 상대 공격에 열중한다. 정치판을 정치인들 스스로가 더욱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세대교체론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조심스레 제3후보론마저 흘러나오는 것이 눈만 뜨면 '쌍욕'만 주고받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 기류의 자연스런 귀결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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